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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니면 쪽박···'톱다운 협상'이 부른 하노이 쇼크

중앙일보 2019.02.28 19:04
2차 북ㆍ미 회담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결단에 의존한 ‘톱 다운(Top-Down, 하향식)’의 협상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상들끼리의 회담은 사전에 여러 단계의 실무 회담을 거친다. 먼저 양국의 외교 당국 실무진들이 만나 기본적인 회담 아젠더와 서로 주고 받을 협상안을 논의한다. 여기에서 진전이 있으면 양측의 장·차관급이 접촉해 마무리 조율을 한다. 이어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사전 조율된 내용을 재확인한 뒤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수순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하노이 회담처럼 양자 정상 회담이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 없으면 아예 정상회담이 이뤄지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선 이런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관례와는 반대로 정상들이 협상을 지휘하면 실무진이 뒤따라가는 형태였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 대통령과 언제든 또다시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화답하면서 다시 협상이 재개됐다. 협상 장소와 시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을 정도다.
실무협상진인 북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협상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난 건 애초부터 이번 협상이 ‘톱 다운’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상대를 설득해 통 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두 사람 모두 계산이 빗나갔다.
외교 당국자는 “톱 다운 협상은 단 번에 큰 진전을 이룰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양측 모두 상처만 받을 수 있는 양날의 칼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손병권 교수는 “제대로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회담이 열렸는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내 문제로 운신 폭이 좁아진게 협상 결렬의 결정타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호ㆍ남궁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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