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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해부⑤ 성공한 기업? 정부 정책의 결과물!

중앙일보 2019.02.28 18:18

지난해 말,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이 미국 디트로이트에 깃발을 꽂았다. 판매·서비스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유럽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거점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출처 CATL]

[출처 CATL]

CATL은 2018년부터 세계적 자동차업체와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업체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지난해 3월, CATL은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폭스바겐 차세대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폭스바겐의 중국향 전기차에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CATL은 다임러, BMW와도 공급 계약을 맺으며 국내 업체와의 경쟁 구도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다임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를 조달했으며 BMW는 삼성SDI와 계약 관계였다.  
 
우리 기업들은 졸지에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겼다.
[출처 중앙일보]

[출처 중앙일보]

 
CATL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다.  
 
CATL은 지난해 16.1GWh의 배터리를 출하하며 1위 파나소닉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 11월 출하량만 따지면 3.0GWh로 파나소닉(2.2GWh)보다 앞선다. 이 뿐 아니라 BYD(3위), 파라시스(7위), 리셴(8위), 과오슈안(9위)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41.7%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간신히 4위와 6위를 지켰지만 성장률은 업계 평균보다 낮았고, 시장 점유율은 1년 전과 비교해 더 줄었다. 특히 두 회사의 출하량 증가율은 각각 42.2%와 26.1%로, 배터리 시장의 평균 성장률(73%)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그렇다면 CATL은 도대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중국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미세 먼지를 줄이겠다며 2013~2017년 304조원을 투입했는데, 이중 상당 부분을 전기차 육성에 지원했다. 막대한 보조금이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쏟아졌다. 자국 업체에는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이 지원됐지만 외국 기업의 신규 진출을 제한됐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LG화학은 중국 동부 난징에, 삼성SDI는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 상태였다. 미국 보스턴 파워, 일본 파나소닉 등 다른 외국 업체 역시 사정은 다를 바 없었다.
 
2016년, 중국은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최소 8GWh의 생산용량을 가진 곳만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자격이 되는 업체는 중국 CATL과 BYD, 단 두 곳이었다.  
 
사드 여파까지 이어지자 LG화학과 삼성SDI는 눈물을 머금고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도 생겼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CATL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에서 특정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는 전형적인 과정을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어떤 산업을 육성하기로 마음 먹고 나면 토지 무료 제공, 설비투자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서 지원한다. 경쟁자가 될 해외 기업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직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막는다. 그 덕분에 중국에서 많은 로컬 기업들이 성장한다.  
 
중국 정부의 '메이킹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지 기업 가운데 어떤 배경에서든 반드시 소수의 기업이 두각을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들은 경영진의 자질이 되었든, 고객관계가 되었든, 장차 글로벌 일등 기업이 될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 소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중앙정부는 서서히 보조금 지급을 줄이고 보호주의 정책을 거둔다. 이 때 경쟁력이 떨어지며 보조금에 의존했던 기업들은 도태하고 만다.  
 
배터리 산업도 마찬가지다. CATL은 사실상 중국 산업정책의 결과물인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용량을 배로 늘리고, 해외투자에도 적극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30년간 중국 배터리 시장을 군림해왔던 한국과 일본 기업 몫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중국 정부는 세계 일등기업을 육성하는 데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쏟는다.  

글로벌 기업의 생산라인을 유치해 세계 최고 배터리 기술을 확보한 중국은 이제 자국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길 바라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힘을 비축한 대륙의 기업은 이제 울타리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은 결국 '중국 정부'였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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