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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독립 외친 민족대표 33인이 바라던 나라가 됐을까

중앙일보 2019.02.28 16: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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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종로 인사동 태화관에서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33인 중 지방에 살던 4명을 뺀 29명이 함께 했다.
 

민족대표 33인 후손에게 묻다

민족대표는 선언서 안에 그들이 바라는 나라의 모습을 담았다. 그들은 후손들이 본디부터 지녀온 권리(자유권)를 지켜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해 왕성한 번영을 누리길 꿈꿨다.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그들이 바라던 나라가 됐을까.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중앙일보는 민족대표 33인의 후손 중 10~30대 인물을 찾아 의견을 물었다. 강지혜(20·민족대표 33인 유여대의 후손), 나기훈(28·나인협의 후손), 박현영(19·손병희의 후손), 이규현(31·이종훈의 후손), 홍제호(21·홍병기의 후손)이 인터뷰에 응했다.
 
독립운동때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던 요리집 태화관은 없어지고 지금은 감리교회소속 태화기독교 사회관이 들어서 있다.

독립운동때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던 요리집 태화관은 없어지고 지금은 감리교회소속 태화기독교 사회관이 들어서 있다.

이들에게 건넨 "어르신이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한국을 어떻게 보실까"는 물음에 대한 대답엔 공통점이 있었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가 된 것은 좋아하시겠지만, 청년 취업난과 성별갈등을 가장 걱정하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포용·화합과 같은 독립선언서에 담긴 가치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점을 언급할 땐 아쉬움도 느껴졌다.
 

3.1운동 100주년이다. 3.1절에 얽힌 기억이 있다면?
 
강 : 우리 가족은 거의 국경일마다 독립기념관에 갔다. 부모님이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하셨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크다. 쉬는 날이 아니라 독립기념관 가는 날이었다.  
 
나 : 1년에 두 번 정도는 현충원에 갔다. 고등학생 때는 현충원 비석 닦는 봉사활동도 했다. 우리 집에는 아예 기미독립선언서가 걸려있다.
 
이 : 세종문화회관에서 행사할 때는 할아버지(이종훈 선생의 손자)가 꼭 참석하셨다. TV 화면에 잡힌 할아버지를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다.
 
홍 : 가족들이 다 모여서 행사 꼭 본다. 태극기도 걸어 놓고 독립선언서 읽은 적도 있다.  

 
독립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민족대표독립선언서 자료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민족대표독립선언서 자료 [독립기념관 제공]

10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강 : 할아버지가 법정에서 심문받을 때 왜 조선의 독립을 희망하는지 묻자 "조선 민족이 자유롭게 발달할 수 있도록"이라고 답하셨다. 기술이나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자유롭게 되길 바라셨으니까 그 부분을 좋아하실 듯하다.
 
이 : 한탄하실 것 같다. 금수저, 흙수저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부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하다면 어떤 부분을 먼저 개선해야 할까?
 
강 : 나라는 발전 했지만,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청년세대가 성장해야 하는데 취업부터 어그러지고 있다.
 
박 :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취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설레기보다 겁나고 무섭다.  
 
나 : 동의한다. 취업률이 가장 높다는 기계과 친구들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왜 탈락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탈락한다.  
 
홍 : 젠더 갈등이 심각한데 남녀가 싸우길 바라지 않으실 것 같다. 독립선언서에서도 포용, 화합을 강조한다. 페미니즘도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뜻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20대 남성 경우 역차별이라고 느끼지만, 여전히 남자의 사회적 지위가 훨씬 높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독립선언서의 정신이 2019년 청년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홍 : 독립선언서에 "남녀노소 없이 기쁘고 유쾌한 부활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서로 다른 성별을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 : 모두 평등한 세상으로 가자는 취지로 여성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갈등이 목적이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말고 서로 다른 건 인정하면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 100년 전보다 지금 청년이 배움도 많고 기술적으로 뛰어날 것이다. 그러니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다. 힘들수록 뭉치고 견디는 희생정신 같은 것이 필요하다.  
 
강 : 미투 운동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된 행사로 미투가 벌어진다. 독립운동한 사람들은 모두 국민이 자유롭게 되길 원했다. 타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동을 할 때 나라를 찾고 자유를 갈망했던 분들의 정신을 기억하길 바란다. 
 
나 : 사회를 위한 희생에 대한 보상과 존경심도 아쉽다. 군인에 대한 예우 문제도 그렇고, 세대 간 갈등도 서로에 대한 이해나 존경심을 가지고 포용하면 좋겠다.
 
이태윤·편광현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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