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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중요 주주’인가

중앙일보 2019.02.28 15:37
고배당 노리는 엘리엇, 혹 떼려다 혹 붙일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엑셀러레이트현대 웹사이트. [엘리엇매니지먼트 홈페이지 캡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엑셀러레이트현대 웹사이트. [엘리엇매니지먼트 홈페이지 캡쳐]

 
미국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은 일명 ‘뽁뽁이’로 부르는 기포가 든 비닐 포장재(bubble wrap)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1989년 12월 5일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은 주당 0.4달러의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통상 연말배당(0.08~0.16달러)의 2~5배 수준이다. 대규모 배당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투자자가 몰렸다. 1.41달러였던 주가도 2배 이상(2.86달러) 뛰었다.
 
대규모 배당은 오히려 독이었다. 기업의 체력(이익)이 안 되는데도 무리하게 대출을 실시해 배당금을 지급해서다. 돈을 벌어도 대출 갚는데 급급했다. 실적이 못 따라주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 [사진 엘리엇매니지먼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 [사진 엘리엇매니지먼트]

 
30여년 전 일이 한국에서도 반복하는 느낌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자격으로 현대차·현대모비스에 고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1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가 1주당 2만6399원을 배당하라는 요구다. 이를 수용하면 현대차(5조8000억원)·현대모비스(2조5000억원)는 8조3000억원을 배당해야 한다. 양사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3조5332억원이었다.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하는 논리는 이들이 주주라서다. 실제로 주주는 경영자, 근로자와 더불어 기업의 주인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매입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건 기업의 책무다. ▶현대차의 주인은 누구일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배당은 장단점이 있다. 자본을 댄 주주에게 기업의 성과를 충분히 배분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고 이 돈이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배당을 많이 한다고 주주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건 아니다. 주가가 오르면 즉시 손 털고 나가는 단기 투자자만 이득이다. 오히려 기업이 성장 잠재력을 믿고 장기투자한 투자자에겐 손해가 될 수 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배당성향(13.5%·2010년→28.9%·2016년)이 3배 정도 뛸 때 시설 투자는 68.2%(43조8000억원→13조9000억원) 감소했다.
 
 
 
적정 배당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천차만별이지만, 일 년 동안 벌어들인 돈보다 2~3배 많은 배당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하면서 투자수익을 끌어올리려다 2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3월 22일 주주총회에서 고배당을 요구하는 것도 투자손실을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침해하면서까지 배당금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은 1989년 이후 2006년 3월 1일(주당 0.15달러)까지 무려 16년 넘게 단 한 푼도 배당을 하지 못했다. 또 배당보다 영업이익을 늘려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라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는 일이다.
 
 
 
또 현대차 절대 배당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원이상 현금배당을 한 국내 모든 상장사 중 현대차는 배당성향(70.7%)이 가장 높은 기업이자 배당금 총액(1조662억원)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다(결산기준).
 
 
문희철 산업1팀 기자

문희철 산업1팀 기자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월 28일 서신에서 자신들을 ‘현대차·기아차의 중요 주주’라고 소개했다. 중요한 주주는 이윤 창출과 더불어 일자리·가치창출 등 기업의 역할과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 오로지 주가 그래프만 보면서 주판알을 튕기다 손절매하는 주식 보유자는 ‘중요 주주’가 아니라 투기꾼이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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