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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무대” 혹평 딛고 한국 온 마룬5…명예회복은 글쎄

중앙일보 2019.02.28 14:08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정규 6집 발매 기념 내한공연을 가진 마룬5.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정규 6집 발매 기념 내한공연을 가진 마룬5.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과연 이번에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정규 6집 ‘레드 필 블루스(Red Pill Blues)’ 발매 기념 내한 공연 무대에 오른 미국 록밴드 마룬5를 향한 시선은 반신반의에 가까웠다. 2002년 데뷔 이후 지난 17년 동안 세 번의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쥐고 누적 앨범 판매량만 3600만장에 달하는 슈퍼밴드이자, 2008년 첫 내한 이후 다섯 번째 한국을 찾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팝스타지만 최근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탓이다.
 

27일 고척돔서 다섯 번째 내한공연
코러스부터 떼창까지 3만 관객 활약

지난 2015년 내한 당시 대구 공연 한 시간 전에 “목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며 사흘 뒤로 공연을 연기한 건 차치하더라도, 이달 초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 하프타임 쇼 무대에서 혹평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앞서 제이 지ㆍ리아나ㆍ핑크ㆍ카디 비 등 팝스타들이 ‘국민의례 거부 시위’에 참여한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린 NFL에 항의하는 의미로 슈퍼볼 무대 제안을 거절한 상황이었다.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공연을 강행한 결과 유튜브에 올라온 마룬5의 공연 영상은 27일 기준 ‘좋아요’는 12만 명인 반면 ‘싫어요’는 86만 명을 넘어섰다. 
 
마룬5는 2008년 첫 내한 이후 다섯 번째 내한공연인 만큼 팬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룬5는 2008년 첫 내한 이후 다섯 번째 내한공연인 만큼 팬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그럼에도 3만석을 가득 메운 한국 관객들은 변함없이 마룬5를 반겼다. 지난해 고척돔에서 공연한 샘 스미스가 2만석, 케이티 페리가 1만 5000석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관객 동원력이다. ‘왓 러버스 두(What Lovers Do)’로 무대를 연 보컬 애덤 리바인은 4년 만에 다시 만난 반가움을 표현하듯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공연 초반부터 돌출무대까지 휘젓고 다녔다. 그가 리듬을 타며 꿀렁이는 춤사위를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메이크스 미 원더(Makes Me Wonder)’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 등 세트리스트 대부분이 히트곡으로 채워져 있기도 했지만, 마룬5와 국내 팬들의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연 초반 목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애덤 리바인은 ‘페이폰(Payphone)’과 ‘디스 러브(This Love)’ 등 고음 파트를 힘겹게 소화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객석으로 마이크가 넘어올 때마다 떼창으로 화답했다. 특히 팝송으로는 드물게 국내 음원사이트 정상을 차지한 ‘맵스(Maps)’나 ‘콜드(Cold)’를 부를 때는 떼창으로 코러스를 자처해 마치 한 팀처럼 보일 정도였다. 덕분에 기운을 차렸는지 리바인의 목 상태도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나아져 능수능란하게 무대를 이끌어갔다.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 출연한 배우로도 친숙하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 출연한 배우로도 친숙하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들과 10여년간 맞춰온 국내 팬들의 합은 앙코르 무대에서 더 큰 빛을 발했다. 팬들은 앙코르를 외치는 대신 일제히 휴대폰 라이트를 켜며 공연장을 밝혔다. “너무 아름답다”며 다시 무대에 오른 애덤 리바인은 제임스 밸런타인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맞춰 영화 ‘비긴 어게인’(2014)의 수록곡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등을 선사했다. 6집 앨범 투어이니만큼 다른 나라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곡이다. 한국에서 ‘비긴 어게인’은 개봉 당시 342만 관객을 동원해 미국을 제치고 흥행 수입 1위에 올랐었다. ‘로스트 스타즈’를 부른 건 그만큼 영화와 음악 모두 사랑을 준 한국 관객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록킹한 본 무대보다 어쿠스틱한 앙코르 무대가 더 좋았다는 감상평도 줄을 이었다.
 
2002년 5인조로 데뷔해 현재는 7인조가 된 마룬5.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2002년 5인조로 데뷔해 현재는 7인조가 된 마룬5.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든 공연이었다. 수퍼보울 공연에서 단순한 히트곡 메들리로 “너무 지루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면, 90분간 20여곡을 연달아 부르는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면 이달에만 호주ㆍ일본 공연을 마치고 온 만큼 기회는 충분했다. “여러분은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관객이다. 사랑한다. 꼭 다시 만나자”는 애덤 리바인의 말은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아티스트의 부족한 점까지 보완하는 멋진 관객이었으므로. 부디 그 약속을 지킬 때쯤엔 다시 전성기를 맞은, 혹은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마룬5의 새로운 무대를 기대한다. 마룬5는 다음 달 대만ㆍ마카오ㆍ필리핀ㆍ싱가포르ㆍ태국 등으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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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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