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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통한 중국 SF영화라니! <유랑지구>의 이례적 흥행

중앙일보 2019.02.28 10:33
역대급 SF영화가 나타났다
2019년 1월 3일,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창어(嫦娥) 4호가 착륙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창어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우주 탐사에는 끝이 없다"고 격려했다. 지금 중국은 우주 굴기를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 편의 영화가 지금 중국 영화계에 거대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가 그것이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배경은 2075년. 태양은 수명을 다하고 폭발을 앞두고 있다. 이에 중국인 우주비행사 부자(父子)가 인류를 구하고자, 거대한 추진체를 이용해 지구 전체를 다른 태양계로 이동시킨다.

동양권에서, 그것도 중국에서 제작한 SF영화가 흥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설에 개봉한 '유랑지구'는 개봉 보름 만에 40억위안(약 6천7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전랑2(戰狼2, 56억8000만 위안)에 이어 역대 중국 흥행 영화 2위 자리에 등극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따로 있다. 북미시장에서도 영화 '유랑지구'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유랑지구'는 와호장룡에 이어 미국인이 가장 많이 본 중국영화 2위에 올랐다. 중국과 같은 날 개봉해 현재까지 330만달러(약 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대주제의 중국식 '애국주의' 영화는 보통 해외 시장에서 외면 받곤 했다. 전랑2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는 외면당했다. 그러나 북미시장에서 유랑지구는 꽤 선방 중이다.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흥행 요인은 무엇?
첫째, 영화는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발표한 동명소설 '유랑지구'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지구에 엔진을 장착해 다른 태양계로 떠난다는 설정 외에는 각색된 부분이 많지만, 류츠신의 소설 '유랑지구'의 설정 자체가 흥미로운 덕에 많은 관객이 찾음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류츠신(劉慈欣)은 SF소설계의 노벨문학상격인 '휴고문학상'에서 동양인 최초로 장편소설부문 최우수작품상(삼체, 三體)을 수상할 만큼 역량있는 작가다.
 
둘째, 원작 소설에서의 묘사가 잘 구현됐다. 유랑지구는 알리바바 픽처스, 텐센트 픽처스 등 대형 영화사의 투자를 받아 제작됐다. 궈판(郭帆)감독은 영화 촬영 전 방대한 양의 스토리보드를 제작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4년의 시간을 쏟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지구 종말을 아주 실감나게 표현했다'며 극찬했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제작진의 90%가 중국 국내팀으로 구성돼 있고 특수효과도 4분의 3은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거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영화산업이 '우주경쟁'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신징바오(新京報)도 2019년을 '중국 국산 SF영화의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영화가 오롯이 중국의 기술과 창조력으로 이런 수준의 SF영화를 구현해냈다는 것에 중국관객들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셋째, 중국의 우주 굴기가 눈에 띄는 시점에 개봉한 영화인 것도 흥행에 한 몫을 했다. 2019년 초, 창어 4호가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착륙하며 중국의 우주 개발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중국은 올 연말에 또 다른 달 탐사선 창어 5호를 발사해 달 표면 샘플 채취에 도전한다. 이 시점에서 중국의 우주 굴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소재의 영화였다고 볼 수 있다. 
190여 개 국가에 서비스 될 예정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영화 '유랑지구'의 한 장면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영화 '유랑지구' 판권을 구매했다. '유랑지구'는 28개 언어로 번역돼 190여개 국가에 서비스 될 예정이다. 세계 관객들에게 내놓았을 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더 두고볼 일이다. 일각에서는 "영상(CG)은 최고지만 전개가 다소 답답하다", "각색된 시나리오가 원작의 치밀함을 따라가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애국주의'를 내세운 중국영화 가운데 호평을 받은 작품이 드물었던 지라 영화 '유랑지구'에 대한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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