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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고아 품은 '포목집 할매'…마지막도 기부하며 떠났다

중앙일보 2019.02.28 10:13
고 손봉순 할머니.[사진 경주시]

고 손봉순 할머니.[사진 경주시]

12명의 고아를 집에 들여 같이 사는 등 생전 기부·선행에 앞장섰다가 지난해 작고한 손봉순(당시 82) 할머니가 사후 기부를 했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유족이 할머니가 남긴 유품 수천만 원어치를 자치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경주에서 포목점 한 고(故) 손봉순 할머니
유족들, 비단 등 유품 수천만원어치 기부

경북 경주시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했던 손 할머니의 딸은 최근 경주시에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물품을 기탁한다. 좋은 곳에 써달라”며 할머니가 남긴 비단 등 원단 모두를 기부했다. 소매 가격으로는 7000만 원어치, 도매가격으로는 3000만 원어치에 해당한다.  
 
사후 기부를 실천한 손 할머니는 경주 중앙시장에선 ‘착한 할매’로 통한다. 그는 불우하게 살아온 어린 시절을 생각해 1964년부터 고아들을 하나둘 집에 들여 같이 살았다. 시장에서 포목 좌판을 할 때 집 앞 담벼락에 앉아 울던 10살 남짓한 여자아이를 처음 집에 들인 게 그 시작이었다. 
 
이후 지인이나 복지시설의 소개를 받아 고아 12명을 집에 들여 같이 생활했다. 친자식과 같이 학교에 보내고, 같이 먹고 키우며 결혼까지 시켰다. 손 할머니의 친딸 이은지(46)씨는 “어릴 때 집엔 늘 (고아인) 형제들이 북적였다. 지금도 중·고등학교 때 같이 살던 언니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잘 지낸다”고 말했다. 
고 손봉순 할머니 유족이 기부한 비단 등 유품.[사진 경주시]

고 손봉순 할머니 유족이 기부한 비단 등 유품.[사진 경주시]

 
손 할머니는 1984년부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을 못 한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졌다. 이후 17년간 뒤늦게 결혼하는 138쌍에게 사비를 털어 한복 등 예복을 선물한 것이다. 양로원과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엔 수시로 찾아가 간식 등을 전달하고,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니는 청소년들에겐 장학금을 건넸다. 
 
지인들과 함께 동네 청소를 하거나 사비를 들여 노인 그림 그리기 대회나 서예대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부녀 소방대장, 새마을부녀회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손 할머니는 경주시장 표창만 12회, 선·효행 부문 내무부 장관 표창, 경상북도 자랑스러운 도민상 등을 수상했다. 대통령 훈장(노력장)에 새마을 여인상까지 받았다. 
 
최영미 경주시 문화정책팀 담당자는 “할머니의 생전 지역 사랑과 선행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그 유지를 받들어 기탁한 물품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했다.  
 
경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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