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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 목소리’에 매일 134명 운다…보이스피싱 피해액 4440억원

중앙일보 2019.02.28 07:20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지난해 11월 주부 박 모(47) 씨는 이상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안마의자 279만원 해외사용이 정상적으로 승인되었습니다”라는 신용카드 결제 문자였다. 의자를 산 적이 없는 박 씨는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자 상담원이 “명의가 도용된 거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곧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박 씨에게 “사기 사건에 연루돼 수사협조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박 씨는 깜짝 놀라 시키는 대로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은행의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불러줬다. 순식간에 박 씨의 계좌에서 수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원격조종 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신종사기에 박씨가 속은 것이다. 고객센터 상담 직원부터 경찰까지 모두 가짜였다.  
 
최근 ‘그놈 목소리’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다. 하루 평균 134명이 그놈 목소리에 속아 지난해 피해 규모는 4400억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액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2017년 2431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743명으로 매일 평균 134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하루 평균 피해액은 12억원이다.  
 
 
지난해 최대규모로 늘어난 보이스피싱 피해액. 자료: 금융감독원

지난해 최대규모로 늘어난 보이스피싱 피해액. 자료: 금융감독원

 
피해 유형별로는 ‘대출빙자형’ 피해액이 3093억원(69.7%)으로 가장 많았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유혹해 대출금이나 수수료를 편취하는 방식이다. 또 검찰ㆍ금감원 등을 사칭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 등으로 가장해 금전을 편취하는 ‘사칭형’ 피해액도 1346억원에 이른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전화 가로채기 앱 등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콜센터 전화번호로 대출 관련 내용과 함께 클릭한 순간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되는 인터넷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소비자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휴대전화로 은행 콜 센터에 전화하면 사기범이 전화를 가로채 은행인 척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거래목적 확인제도로 신규 통장을 만들어지는 게 어려워지자 현금전달 알바모집 등으로 통장 대여자를 모집하는 수법도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낸 대출 희망자 모집 문자 메시지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낸 대출 희망자 모집 문자 메시지 [중앙포토]

 
 
지난해 ‘대포통장’ 등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는 6만933개다. 은행권이 4만289개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ㆍ우체국 등 제2금융권이 2만644개였다.  
 
이성호 금감원 불법금융대응팀장은 “요즘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 연령대와 성별에 거쳐 퍼지고 있어 누구라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현금전달 재택알바, 가상화폐 상품권 구매대행 알바 등을 모집하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성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그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을 전달했거나 계좌 이체를 한 경우 바로 경찰과 해당 금융사에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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