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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배아 유전자편집 논란 허젠쿠이에 자금 지원했나

중앙일보 2019.02.28 06:00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유전자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국제과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허젠쿠이(賀建奎·34)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에게 중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진이 허젠쿠이 교수가 실험 참가자에게 받은 동의서와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ChiCTR)에 등록된 문서 등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중국 정부가 허젠쿠이 교수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장-바오 니 교수 연구진이 허젠쿠이 교수가 보유한 문서와 중국 당국에 등록된 문서 등을 조사한 결과다. [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허젠쿠이 교수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장-바오 니 교수 연구진이 허젠쿠이 교수가 보유한 문서와 중국 당국에 등록된 문서 등을 조사한 결과다. [중앙포토]

오타고대, “허젠쿠이 독자 행동 아닐 가능성”...中 정부 조사결과와 배치
 
미국 과학 전문매체 STAT는 25일(현지시각) 오타고대 연구진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 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중국 정부기관 세 곳에서 허젠쿠이 교수 연구진에게 자금을 지원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두 곳은 선전시 과학기술혁신위원회와 허젠쿠이 교수가 속해있던 중국남방과기대다. 특히 해당 조사결과는 중국 광둥성 당국이 발표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국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광둥성 당국은 허젠쿠이 교수가 정부의 공식적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실험 자금을 모았으며, 윤리 검토 서류를 위조해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당국은 “허젠쿠이 교수와 관계자들을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기로 하고 공안기관에 사건을 이관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유전자편집을 통해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인 쌍둥이 나나와 루루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유전자편집을 통해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인 쌍둥이 나나와 루루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한 징-바오 니 오타고대 생명윤리센터 교수는 “허젠쿠이 교수가 정부의 지원 없이 이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며 “중국 당국이 허젠쿠이 교수를 희생양(Scapegoat)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허젠쿠이 교수팀이 보유한 프레젠테이션용 문서와 환자 동의서류,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에 등록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자금을 지원한 기관의 목록이 기재돼 있었으며, 보조금을 신청하는 과학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돈의 사용처를 상세히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는 게 근거다. 
 
특히 슬라이드 14개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용 자료 중 여섯 번째에는 허 교수의 연구가 중국과학기술부의 국가 핵심 연구 프로그램(State Key Research Program of China’s science ministry)의 일환으로 기재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STAT측이 입수한 허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는 배아상태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하는 연구도 포함돼있다.
 
중국 과학계, “별건의 연구자금 사용했을 가능성”...연구진, “개인문제 아닌 시스템 문제”
 
허젠쿠이 남방과기대 교수. [중앙포토]

허젠쿠이 남방과기대 교수. [중앙포토]

그러나 중국 과학기술부는 23일 STAT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또 선전시 역시 유전자 편집 연구지원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계 일각에서는 허 교수가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문서에 지원 기관의 목록을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푸무밍(蒲慕明·70)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장은 또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면 매우 놀라운 일일 것”이라며 “연구 보조금이 다소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별건의 연구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전시 당국과 허젠쿠이 교수는 이메일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한 오타고대 연구진도 중국 당국이 허 교수의 자금 사용처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임상전연구 지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타고대 연구진은 이 문제가 개인이 아닌 정부 시스템의 문제라고 밝혔다. 장-바오니 교수는 “개인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점은 왜 (국가) 시스템이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놔두었는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 루이펑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생명윤리센터 이사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통해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는 셈이 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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