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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음식 배달비 4000원, 그 뒤엔 비싼 오토바이 보험

중앙일보 2019.02.28 01:30 경제 1면 지면보기
치솟는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로 인해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 한 피자집 앞에 배달 오토바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치솟는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로 인해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 한 피자집 앞에 배달 오토바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5월부터 인천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배달 비용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주문 소화를 위해 오토바이 구매를 고려했다. 하지만 125cc 오토바이 한 대 가격은 창업 비용의 20% 선인 400만원 대였다. 
 
고민 끝에 한대당 월 25만원 정도인 오토바이 렌트를 시도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렌트비용보다 비싼 보험료 때문이었다. 김씨는 “렌트 회사를 통해 오토바이를 빌리면 유상운송으로 분류돼 책임보험료가 연 400만원 수준이었다”며 “배달원의 피해 보상뿐 아니라 형사처분 면책이 가능한 종합보험은 125cc 오토바이 두 대 가격인 800만원을 넘어 오토바이를 렌트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달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한다. 한 건 당 발생하는 배달료가 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4000원이다. 김씨는“1만원 조금 넘는 피자 한 판을 파는데 배달료가 40%”라며“이러면 결국 음식 가격이 상승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모(54)씨는 얼마 전 고용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생의 교통사고로 낭패를 봤다. 개인사업자인 그는 개인 명의로 오토바이를 구매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낮은 배달용 책임보험만 들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타인에 대한 대물ㆍ대인만 보상해주는 책임보험을 들었는데, 사고로 다친 아르바이트생 병원비와 오토바이 수리비만 수 백만원이 나왔다”며 “애초에 종합보험을 들려고 보험사에 문의했지만, 손해율이 높다고 난색을 보여 종합보험을 못 들었던 것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치솟는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때문에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하는 건 뭐든지 배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배달 서비스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고 위험이 높고, 사고가 날 경우 중상에 이를 가능성이 큰 배달용 이륜차에 대한 높은 보험료 때문이다. 배달 전성시대의 이면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높은 오토바이 보험 비용은 배달료 상승→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돼 온 배달거리1.5㎞ 당 대행료는 지난해 초 평균 3000원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3500원으로 약 17% 올랐고 올해는 4000원대로 뛰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9월,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4월 가격을 인상했다. 교촌치킨은 배달료 2000원을 공식화했으며, BBQ도 지난해 11월 인기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렸다.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배달 시장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프리랜서 배달원 수는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배달이 늘면서 오토바이 관련 교통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전체 교통사고는 2015년 23만 203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다. 반면 오토바이를 비롯한 이륜차 사고는 같은 기간 1만 433건에서 1만 3730건으로 30% 이상 늘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에서 2016년까지 23곳의 병원 응급실에서 집계한 교통사고 26만여건 가운데 배달 오토바이 사고 건수가 4500건에 달하며 15~19세 사고자가 15%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늘어나는 사고는 자연히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싼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는 의무 가입인 책임보험만 들고 있다. 운전자 본인 피해 보상이나 형사처분 면책이 가능하지만, 의무 가입이 아닌 종합보험 가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무면허 여고생이 몰던 차량과 충돌해 숨진 배달기사 최씨의 오토바이.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무면허 여고생이 몰던 차량과 충돌해 숨진 배달기사 최씨의 오토바이.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2017년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오토바이 216만 60000여 대 가운데 종합보험 대인 배상 항목에 가입한 오토바이는 12만 3000여 대에 불과했다. 전체의 5.7% 수준이다.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44)씨는 “배달 직원의 안전 문제 때문에 여러 보험회사에 배달용 오토바이 종합보험 가입을 문의했지만, 보험사 측에선 가입을 받지 않겠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영세한 곳은 책임보험도 못 들고 배달을 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배달원이 인사사고를 내면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며"이들의 미래는 누가 구제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사람은 대부분 연령대가 낮은 데다가, 잠깐의 부주의가 치명적 사고로 이어져 사고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택시의 경우 운행 빈도가 높아 보험료가 높아지면서 공제조합을 만들었다”며“오토바이는 영세 업체가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배달용 이륜차의 보험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현실화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업계에선 배달 기사들의 안전 운행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오토바이 사고 예방 프로그램인 ‘민트 라이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소속 라이더 전원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고 동부화재와 협의해 라이더 전용 보험을 만들기도 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류진 홍보이사는 “유럽에서도 배달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배달용 이륜차에 대한 보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라이더가 풀 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 타임으로 근무를 한다. 이 때문에 운행할 때만 보험을 적용하고 보험료도 근무 시간으로 산정해 부과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 상품을 금융기관에서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른 배달보다는 안전한 배달이 우선”이라며 “배달용 이륜차에 대한 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 업계와 보험업계,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인 발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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