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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돋보기] 공항에 정치가 끼어들 때

중앙일보 2019.02.28 00:41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국내에 최초로 비행장이 들어선 건 일제강점기인 1916년이다. 당시 경기도 시흥군 여의도, 그러니까 지금의 서울 여의도에 일본 육군의 간이비행기 착륙장이 개설됐다. 여의도 착륙장은 8년 뒤인 1924년 정식비행장으로 승격됐고, 민간 항공기와 육군 비행기가 함께 이용했다. 경기도 김포군에 김포비행장이 들어선 것도 이 무렵이다.
 
광복 이후 1948년부터는 여의도 비행장이 민간 비행장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국내 최초의 민간 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가 첫 취항을 했다. 대한국민항공사는 이후 국영 대한항공공사로 바뀌었다가 1969년 현재의 대한항공으로 다시 민영화됐다.
 
김포공항이 전면에 등장한 건 1958년이다. 여의도 비행장의 공항 기능이 김포로 이관됐고, 그해 국제공항으로 승격됐다. 이후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국내 중심공항의 역할을 40년 넘게 수행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항공여행, 특히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에 공항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항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우후죽순 공항이 들어서거나 계획되면서다. 1300억원을 들여 지었지만 결국 비행훈련원으로 바뀐 울진공항이 대표적이다. 이 공항은 2007년 외국의 한 대형통신사가 선정한 ‘세계 10대 황당 뉴스’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공항을 만들었지만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양공항은 영국 BBC방송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유령공항”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드문 탓이었다.
 
예천·김제·무안공항도 마찬가지다. 예천공항은 수백억 원을 들여 여객터미널을 신축했지만, 채 2년도 못 쓰고 승객이 없어 공항 문을 닫았다. 김제공항은 부지만 확보했다가 계획을 접었고, 무안공항은 여전히 수요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공항의 공통점은 바로 정치가 얽혔다는 것이다. 객관적 검증을 통한 타당성 분석보다는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우선하면서 연이어 ‘공항 잔혹사’를 연출했다. 최근에 또 우려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새만금공항이 그렇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든 영남권 신공항이 그렇다. 공항은 해당 지역의 경제적 여건과 교통 수요 등을 면밀히 따져서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표심’ ‘지역 챙기기’ 같은 정치적 고려가 먼저 끼어들어서는 훼방꾼밖에 안 된다.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정치인들은 공항 잔혹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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