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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이 강점 많은 바이오 산업 육성 시급하다

중앙일보 2019.02.28 00:4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건강 산업, 즉 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세계적인 노령화와 지구환경 악화로 의료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어떨까. 다행히 중국과의 바이오산업 경쟁은 한국과 보완적이다. 과거 중국 황실이 한반도에서 산삼을 가져가고, 반대급부로 비단을 제공했다. 지금으로 치면 비단은 제조업이고, 산삼은 바이오산업이다. 중국은 대량생산의 제조업, 한국은 소량 전문생산의 바이오산업으로 서로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
 

노령화로 의료시장 급속 확대
한국 바이오원료 공급국 가능
불가사리 줄기세포 연구 주목
1등 바이오산업 국가 만들어야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과 강점은 무엇인가. 바이오산업의 주요 원료는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이다. 가령 식물원료인 산삼은 바이칼 호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중국 황실은 왜 하필 고려 산삼의 효능을 으뜸으로 쳤을까. 생물은 생육공간의 생명 에너지 활성에 따라 유효성분의 질과 함량에 차이가 난다.  
 
지질학자들은 한반도가 태평양과 아시아대륙, 즉 해양과 대륙의 생명 에너지가 융합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장 강한 생명 에너지를 받는다고 본다. 고려 산삼의 약효도 한반도가 지니고 있는 이런 강한 생명 에너지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각종 약용식물과 해양생물 그리고 미생물 등이 바이오산업의 1등급 원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한국도 산유국처럼 약효가 뛰어난 바이오 원료의 공급국이 될 수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에어돔(공기막 구조)에 접목되면서 작물 생산은 1년에 3모작뿐 아니라 4모작도 가능해졌다. 유효성분도 50%에서 100% 이상으로 함량과 약효를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에어돔은 바이오산업용 동식물과 미생물의 생육공간을 비닐과 유리온실에서 인텔리전트 하우스로 발전시킨 공간이다. 이로 인해 바이오산업 원료의 양과 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시론

시론

최근 바이오산업에선 치매 예방 치료 분야가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국가적으로 과감한 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롭게 주목받는 연구 분야는 불가사리의 줄기세포 연구다. 유럽 14개국이 과학기술연구연합인 EU-COST를 결성해 해양 무척추동물의 줄기세포연구를 착수했다. 불가사리는 조직의 일부에서 성체가 재생되는 끈질긴 재생력과 성장 촉진력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어부들 사이에선 악동으로 불릴 뿐 아니라 이런 특성 때문에 불가사리로 통칭된다. 예를 들어 불가사리 줄기세포의 치매 연구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특허권을 확보하면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근 폐기물 처리 관련 환경산업에도 바이오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복합 미생물에 의한 핵폐기물의 자연화  처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미생물에 의한 원소 변환실험의 성공사례가 일부 발표됐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피해 지역에서 미생물을 활용한 방사능 제염 실험이 일부분이지만 성공적으로 입증됐다. 이처럼 각종 복합 미생물을 활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환경산업도 새로운 바이오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생물의 존재와 위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군 중에서 미생물의 중량비는 약 60% 이상이나 된다. 말하자면 생태계의 ‘집권당’인 셈이다. 25억 년 전 방사능 독가스로 둘러싸인 중병환자였던 지구를 오늘의 건강한 푸른 별로 만든 ‘주치의’가 바로 미생물이다. 봄이 되면 땅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자라도록 토양을 인체의 태반처럼 만드는 주인공도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는 위대한 존재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강인한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운명적으로 바이오산업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바이오산업 육성에 필요한 천연 조건이 서 말의 구슬처럼 있다 해도 우리의 의지로 꿰어나가야 국가생존을 위한 보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한국사회는 칭찬과 격려보다 감시·감독에 중독된 난치병 수준이다. 절박한 국가 생존을 위해 하루속히 우리가 지닌 저력들을 살려나가야 한다. 방탄소년단 같은 재능·열정·신념이라면 바이오산업 1등 국가를 못 만들 이유가 있겠나.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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