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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통계청장의 침묵

중앙일보 2019.02.28 00:38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통계청장이 지금 꼭 해야 할 일을 하나 꼽으라면 ‘최저임금 영향 분석’일 것이다. 경제 논쟁의 핵심에 최저임금이 있다. 반대쪽에선 ‘과속’을 지적한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년간 54.9%가 폭등했다. 시간당 1만20원으로 중위(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임금의 60%가 넘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영업자·실직자·노약자를 내몰고 비정규직을 되레 늘렸다. 소득 격차는 통계 작성 후 최고로 벌어졌다. 한마디로 최저임금발 고용·분배 참사다.’
 

최저임금발 고용·분배 악화
언제까지 ‘모른다’고 할 건가

정부·여당은 “근거 없다”고 맞선다.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며 성장통쯤으로 치부한다. 이때 등장하는 단골 핑계 중 하나가 통계다. 지난 21일 발표된 분배 통계(가계동향조사)가 또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표 해석에 큰 오류가 있다”고 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통계 샘플을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정치 통계’ 논란까지 빚으면서 입맛 안 맞는 통계청장을 지난해 갈아치웠지만, 여전히 정부·여당의 통계 탓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에 왜 통계청은 침묵하는가. 분배·고용 악화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다. 고용 통계만 잘 따져봐도 최저임금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그럴 의향이 없어 보인다. 올 1월 취업자 수는 1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그런데 이상한 숫자가 있다. 농림어업 취업자가 10만7358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1월 고용은 마이너스로, 그야말로 대참사일 뻔했다. 게다가 그중 절반이 넘는 5만4380명이 무급 가족 종사자다. 돈 안 받고 일하는 가족 노동자란 얘기다. 더 이상한 건 그중 60세 이상 여성이 3만812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농림어업 취업자는 매년 줄어왔다. 그러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지난해 6만2000명이 급증했다. 학계에선 전형적인 ’실업 증가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통계청은 “귀농·귀촌 인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통계청은 이러면 안 된다. 모르면 묻고 알아봐야 한다. 그게 통계청의 일이다. 통계청은 매달 3만5000 가구에 물어 고용 동향을 파악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표에는 “지난주의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였습니까(21번)” “이전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였습니까? (36번)” 등을 묻게 돼 있다. 잘 묻고 분석하면 지난해 일자리를 잃고 가족 노동자가 된 사람이 몇 명인지, 그중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몇 명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한 응답 대부분이 공란으로 돼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조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그래놓고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니 노동경제학계에서 “최저임금 영향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전임 황수경 청장이 ‘통계 독립’을 외치다 전격 경질될 때, 문제가 된 가계소득자료를 재분석해 청와대에 제출한 당사자다. 그는 취임 때 “좋은 통계를 만들어 정책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표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표본 구성을 재검토해 보겠다”고도 했다. 그래놓고 지금은 “(기존 조사로는) 최저임금 영향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기존 조사로 안 되면 새로 개발해서라도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라고 통계청이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내년 최저임금은 또 오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길게 보면 (최저임금은)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올해도 최저임금이 올라가게 돼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고용·분배 참사도 계속될 것이다. 막을 길은 없다. 통계청장의 침묵이 계속되는 한.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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