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작년 출산율 0명대 추락…소련 해체·통독 때나 있던 일

중앙일보 2019.02.28 00:06 종합 10면 지면보기
0.98 
대한민국이 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싱가포르·마카오 도시국가 빼면
1명선 붕괴는 사실상 세계 유일

한은 “인구 감소 성장률에 영향
2026년엔 0.4%로 떨어질 수도”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평균(1.68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출산율 0명대’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체제 붕괴·급변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카오·싱가포르 등이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힘든 ‘도시 국가’다. 사실상 한국이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 합계출산율 1명 선이 무너지는 세계 유일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관련기사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이 많이 이뤄지는 연령대가 30대 초반인데 이 인구가 2018년 기준 전년 대비 5% 감소했고, 혼인 건수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감소하고 있어 출생아 수도 함께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6900 명으로 전년 대비 3만900명(-8.6%)이 줄었다. 이에 따라 조(粗)출생률(인구 100명당 출생아 수)은 6.4명으로 0.6명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후반 출산율이 20대 후반 출산율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첫째 아이는 31.9세, 둘째 아이 33.6세, 셋째 아이 35.1세였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풍조로 만혼(晩婚)이 일반화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사망자 수도 사망원인통계 작성(1983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9만 89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3400 명(4.7%) 증가했다. 이에 출생에서 사망을 뺀 인구 자연증가 규모도 2만8000명으로 4만4000명(-61.3%)이나 감소했다. 1970년 이래 최저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따라 한국의 인구 감소 시점도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 추계에서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을 출산율 저위 추계(최소 인구 가정) 기준으로 2028년이 될 것으로 공표한 바 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일자리·복지·연금·교육·주택 등 주요정책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3월 이런 내용을 담은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인구 감소가 우리 경제·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이 2000~2015년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에는 1.9%, 2026~2035년에는 0.4%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2020년대에 -0.7%포인트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030년대에는 -1.0%포인트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착화된 결혼 기피 현상을 깨는 게 중요한데 일자리 확대, 교육제도 개선,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 육아 혜택 확대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