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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500m 챔피언 양보 못 해”

중앙일보 2019.02.28 00:05 경제 7면 지면보기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은 주로 중·장거리에 출전했지만 최근에는 단거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월드컵 500m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빙판을 가르는 임효준. [AP=연합뉴스]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은 주로 중·장거리에 출전했지만 최근에는 단거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월드컵 500m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빙판을 가르는 임효준. [AP=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임효준(23·고양시청)은 하얀 피부에 선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 단정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그런데 올림픽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 2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효준은 “평창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을 땄으니 이제 500m 금메달도 따야죠”라며 씩 웃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순발력 뛰어난 스피드광
이달 5·6차 월드컵서 잇따라 금

임효준은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8~19시즌에는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인 500m에서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서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는 이달 초 열린 독일 드레스덴 5차 월드컵 대회와 이탈리아 토리노 6차 월드컵 대회에서 500m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4년 12월 열린 2014~15시즌 4차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서이라(27·화성시청)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27일 제65회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을 수상한 뒤 표창장을 들고 활짝 웃는 임효준. [임현동 기자]

27일 제65회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을 수상한 뒤 표창장을 들고 활짝 웃는 임효준. [임현동 기자]

지난해 올림픽부터 올 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친 임효준은 이날 한국 체육계에서 가장 큰 상으로 꼽히는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을 받았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다음으로 큰 상을 받았다. 올림픽 메달과 함께 소중히 보관하겠다”고 했다.
 
보통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들은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임효준도 “지난해 올림픽이 끝난 뒤 긴장이 조금 풀렸다. 작년에 몸 상태가 10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마냥 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임효준은 “심신을 다잡기 위해서 송경택 대표팀 감독님께 500m에 계속 출전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임효준은 지난 시즌까지는 주로 중·장거리에 출전했다. 그는 “500m 경기에는 거의 나가본 적이 없어서 내가 단거리에 재능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가 보니까 순발력이 괜찮은 편이란 걸 알았다”며 껄껄 웃었다. 111.12m의 트랙을 4바퀴 반 도는 500m는 스타트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뛰어난 순발력이 필요하다.
 
임효준은 트랙 바깥에서도 ‘스피드광’이다. 그는 “자동차 운전을 좋아한다. 취미로 카레이싱도 해보고 싶다. 빠르게 질주하는 쇼트트랙과 카레이싱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 수입차 업체의 후원을 받아 드라이빙 센터에서 시속 160㎞로 달리며 스피드를 즐긴 적도 있다. 그런 그에게 시속 40㎞대로 달리는 쇼트트랙, 그것도 40여초 만에 끝나는 500m 경기는 딱 맞는 옷이었다.
 
현재 남자 쇼트트랙 500m의 세계 최강은 중국의 우다징(25)이다. 우다징은 평창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임효준은 최선을 다했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22년에는 베이징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데 우다징의 2연속 금메달 가능성이 크다. 우다징은 이번 시즌 500m 세계랭킹 2위다.
 
그런 우다징에게 임효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효준은 “평창에서 올림픽을 치르면서 국민의 열렬한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 3년 후 베이징에선 또 다른 상황이 되겠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우다징도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남자 500m 쇼트트랙에선 채지훈(1994년 릴레함메르) 선배님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내가 두 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임효준은 어느새 대표팀의 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최근 폭행·성폭행 논란으로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효준은 “선수들은 오히려 의연하게 잘 견디고 있다. 각자 성실하게 훈련을 하면서 단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밖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했다.
 
임효준은 등·정강이·발목을 7차례나 다치고 수술만 세 차례나 받았다. 올림픽 출전은 물론 금메달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신세였다. 그랬던 임효준이 이제는 동료들을 다독이며 한국 빙판을 이끄는 대들보로 성장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다시 일어섰잖아요. 앞으로도 쇼트트랙 대표팀은 걱정하지 마세요.”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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