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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후배들 산소탱크처럼 뛰었다

중앙일보 2019.02.28 00:05 경제 6면 지면보기
우승을 차지한 명지대 선수들과 김경래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넷째)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명지대가 대학축구 정상에 오른 건 41년 만이다. [사진 허동국]

우승을 차지한 명지대 선수들과 김경래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넷째)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명지대가 대학축구 정상에 오른 건 41년 만이다. [사진 허동국]

‘박지성 후예’가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았다. 박지성(38)의 모교 명지대가 강호 울산대를 꺾고 41년 만에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정상에 올랐다.
 

명지대, 41년 만에 춘계연맹 우승
한발 더 뛰는 축구로 울산대 꺾어

김경래 감독이 이끄는 명지대는 지난 26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55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KBS N배 결승전에서 울산대를 2-1로 꺾었다. 명지대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1978년 이후 41년 만이다.
 
명지대는 김학범(80학번)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활약했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축구 상위권 팀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87년 대통령배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38)이 명지대 99학번(체육학과)이다. 박지성은 2000년 일본 교토 상가로 떠나기 전까지 1년 반 동안 명지대에서 뛰었다. 그러나 박지성도 명지대를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명지대 출신으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 수원=김상선 기자

명지대 출신으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 수원=김상선 기자

 
명지대는 최근에도 전국대회 32강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하지만 명지대는 광운대와의 8강전과 고려대와의 4강전을 모두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결승에선 강호 울산대와 맞붙었다. 프로축구로 따지면 ‘시민구단’이 ‘기업구단’과 맞붙는 격이었다.
 
하지만 명지대 선수들은 악착같이 뛰면서 우승 고지에 올랐다. 후반 16분 정준하가 추가 골을 뽑아냈다. 후반 32분에 한 골을 내줬지만, 결국 2-1 승리를 거뒀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명지대를 우승후보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울산대가 볼 점유율이 높았지만, 명지대가 한 발 더 뛰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명지대에 다니던 시절 코치였던 김경래 감독은 “지성이가 있을 때부터 명지대는 훈련량이 많은 학교로 유명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 70%를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우리 팀에는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모두가 몸이 부서져라 뛰며 200% 이상의 실력을 쏟아냈다.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모든 선수가 ‘산소탱크’ 박지성처럼 뛰었다”고 말했다.
 우승을 차지한 명지대 선수들과 김경래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넷째)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명지대가 대학축구 정상에 오른 건 41년 만이다. [사진 허동국]

우승을 차지한 명지대 선수들과 김경래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넷째)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명지대가 대학축구 정상에 오른 건 41년 만이다. [사진 허동국]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명지대 4학년 미드필더 허동국은 “박지성 선배가 맨유에서 뛸 때부터 팬이었다. 우리도 박지성 선배처럼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2012년 명지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박지성은 선수 시절 해마다 모교에 용품을 지원했다. 수차례 장학금도 전달했다.
 
김경래 감독이 이끄는 명지대는 지난해 11월 중국 진장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축구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허동국은 “선수들끼리 32년 전 마지막 우승을 재현하기 위해 ‘1987 명지’를 외치고 다녔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뒤엔 마침내 ‘2019 명지’를 외쳤다”면서 “초등학교 이후 첫 우승이라 정말 기쁘다.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취업(성인축구팀 입단)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지대 축구팀은 ‘공부하는 선수’를 표방하고 있다. 오전에 교양 수업을 받은 뒤 오후에 훈련한다. 저녁에는 경기지도학과 전공수업을 받는다. 한편 이번 대회는 총 80개 팀이 참가해 40개 팀씩 2개 리그로 나뉘어 우승팀을 가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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