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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불붙인 김정은 흡연법, 전형적인 소련식"

중앙일보 2019.02.27 16:5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26일 새벽 중국 남부 난닝의 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 [TBS 제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26일 새벽 중국 남부 난닝의 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 [TBS 제공=연합뉴스]

 
일본 TBS 방송이 촬영한 중국 난닝역에서 담배 피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양에서 베트남까지 60여 시간을 이동하는 도중 포착된 유일한 모습인 데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크리스털 재떨이를 들고 다가서 꽁초를 챙기는 ‘허드렛일’까지 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김정은의 흡연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성냥을 몸쪽으로 당겨 불을 피우고, 재빠르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타고 남은 성냥개비는 다시 성냥갑에 넣었다.
 
이같은 그의 흡연법에 대해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전형적인 소련식 흡연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에서 유학한 강 교수에 따르면 ▶성냥을 사용하고  ▶성냥을 몸쪽으로 그으며 ▶다 탄 성냥개비를 성냥갑에 넣는 것은 소련식 흡연법의 세 가지 큰 특징이다. 그는 “1990년대까지 소련과 북한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같은 흡연법이 유행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소련의 흡연가들은 라이터보다 성냥을 훨씬 선호했다. 경공업이 약했던 소련은 중국에서 라이터를 수입했는데, 중국제 일회용 가스라이터는 고장이 잦아 성냥을 대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춥고 바람이 부는 북방에서는 성냥을 몸쪽으로 당겨 얼른 불을 붙였고, 타다 남은 성냥개비를 재떨이에 넣었다가 자칫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성냥갑에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반면 중국에서는 라이터를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26일 새벽 중국 남부 난닝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크리스탈 재질로 보이는 재떨이를 들고 서 있다. 이후 김여정은 재떨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꽁초를 받았다. [TBS 제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26일 새벽 중국 남부 난닝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크리스탈 재질로 보이는 재떨이를 들고 서 있다. 이후 김여정은 재떨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꽁초를 받았다. [TBS 제공=연합뉴스]

 
그렇다면 1983년생인 김정은은 어떻게 소련식 흡연법을 배웠을까. 강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의 파리와 런던은 모스크바였다”며 “러시아는 북한 선진문화의 유일한 창구였고 북한 상류층의 문화는 러시아식에 가깝다”고 답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자연스럽게 소련식으로 흡연하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도 같은 방식으로 담배를 피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김정은이 담배를 배운 때라고 추측되는 2000년대에 소련식으로 담배를 피우는 곳은 (고립된) 북한 외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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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강 교수는 담배에 대한 동구권의 독특한 시각도 소개했다. 담배는 사회주의권에서 기호품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90년대 소련에서 담배는 그 자체로 관계 형성을 위한 사회적 상징이었다”며 “앉자마자 담배를 권하는 것은 기본이고, 담배 가격으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초기부터 공식 석상에서 담배를 문 채로 등장했다.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과 어긋나는 행보였다. 2013년 12월 김정은의 흡연 장면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리며 김정일의 금연 조치는 공식적으로 깨졌다. 전문가들은 ‘집권 이후 카리스마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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