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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정상 만나는 호텔엔 옛 방공호, 입구에 “기억하라 용서하라”

중앙일보 2019.02.27 1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 담판 장소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이다. 북·미 정상은 27일 저녁 이곳에서 만찬을 한다.
 

출입 통제 시작된 26일 이전 본 메트로폴 호텔
정원 한 쪽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방공호 있어
입구에는 '기억하고 용서하라' 문구, 평화 메시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이곳은 26일 부터 외부 출입 통제가 시작됐다. 북·미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대니얼 월시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회담 열흘 전부터 이 호텔의 내부 공간과 동선을 파악해 왔다. 26일 밤에는 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들러 내부를 점검하고 갔다. 출입 통제가 이뤄지기 전인 25일 호텔 내부를 둘러봤다.  
 
 하노이 번화가 호안끼엠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은 1901년 지어졌다. 베트남의 근ㆍ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다. 때문에 호텔 곳곳엔 미국과 베트남 전쟁(1964~1975년)의 상흔과 함께 비밀 공간들이 숨겨져 있다. 김창선 부장이 월시 부비서실장과 함께 점검한 메트로폴 정원의 한쪽에는 베트남 전쟁 때 방공호(bomb shelter)로 쓰인 지하 공간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화단 등에 가려져 가까이 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방공호 입구에 베트남어로 ‘데 노(기억하라)’ ‘코안 융(용서하라)’ ‘마이 마이(영원하라)’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북ㆍ미 정상이 기억과 용서의 의미가 담긴 장소에서 역사적인 핵 담판을 하게 되는 셈이다. 
오는 27~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내부 모습. 이유정 기자

오는 27~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내부 모습. 이유정 기자

좁고 오래된 시멘트 계단을 걸어내려가니 5평 남짓한 천정이 낮고 어두운 공간이 나왔다. 벽면에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짙은 녹색의 모자들이 걸려 있었다. 호텔에 따르면 이 공간은 2011년 8월 호텔 보수공사를 하던 엔지니어들에 의해 발견됐다. 2012년 5월 대중에 공개됐다. “큰 갈등의 시기 시민들을 보호하려 했던 호텔 직원들의 각별한 노력을 기억하기 위해 이 공간을 보존하며, 그들의 용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도 눈에 띄었다. 
 
 메트로폴 호텔에는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두 정상이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정원 레스토랑의 양옆으로 난 고풍스러운 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다. 앞쪽에는 단상이 마련돼 있었고 ‘보수 중’이라는 표시가 눈에 띄었다. 두 정상이 양쪽 계단에서 올라와 단상에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오는 27~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내부 모습. 이유정 기자

오는 27~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내부 모습. 이유정 기자

레스토랑에도 비밀 공간이 있었다. 얼핏 벽처럼 보이는 고풍스러운 문이 간간이 열리면서 직원들이 안쪽으로 음식을 날랐다. 이곳에 들어가려 하니 직원이 “프라이빗(사적) 공간”이라며 막아섰다. 
 
 메트로폴은 하노이를 찾은 명사들의 단골 숙소다. 찰리 채플린이 신혼여행 차 베트남에 왔을 때 이곳에 묵었고, 할리우드의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커플도 다녀갔다.
 
 하노이=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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