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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억 쏟아 짓고도 문 안여는 지리산역사문화관

중앙일보 2019.02.27 14:19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오전 전남 구례군 마산면 지리산역사문화관. 아이를 동반한 부부가 관람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출입구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유리문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 안쪽을 살펴보니 내부에는 조명이 꺼진 상태였다. 근무자도 없었다. 가족은 “지리산 여행을 왔다가 들렀는데 문이 닫혀 실망스럽다”며 “새 건물 같은데 안내문도 없어 사정이 궁금하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구례군, 지난해 6월 준공…내부 콘텐트 부족 개관 못해
전시관 3개 동 중 1개 비어 향후 21억원 추가 투입 예정
예산 낭비 논란 속 "개관까지 앞으로도 1년 필요할 듯"

구례군이 지리산 자락에 240억원을 들여 조성한 지리산역사문화관이 미흡한 준비로 문을 열지 않아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도 1년 뒤에나 문을 열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리산역사문화관은 구례 마산면 황전리에 들어섰다. 일대에 조성된 지리산 역사문화 체험 단지의 핵심 건물이다. 단지 전체의 부지 면적은 5만3718㎡. 1관부터 3관까지 3개 전시관을 포함해 부대시설까지 총 5개 동의 건축 연면적은 3495㎡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다.
 
구례군에 따르면 ‘차별화된 관광시설’을 목표로 한 체험 단지 조성 사업에는 국비와 군비 등 약 240억원이 투입됐다. 전시관 등 건물 신축, 분수나 연못 등을 갖춘 잔디광장을 포함한 3개 광장 조성, 조경 등에 예산이 쓰였다.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멀리서 본 지리산역사문화관의 모습은 청와대와 닮은꼴이다. 기와지붕을 얹은 콘크리트 건물의 외관과 배치가 청와대와 비슷해서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정면에 옆으로 긴 형태의 전시관 1동이 세워져 있다. 다른 2동의 전시관은 이 전시관의 양쪽에 앞뒤로 긴 형태로 들어섰다.
 
이들 전시관 준공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어 6개월 뒤인 연말까지 조경 등 일대 조성 공사가 모두 끝났다. 구례군은 “시험 가동 및 점검을 거쳐 2019년 2월 무렵 개관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러나 3월을 바라보는 시점에도 “아직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개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구례군의 협조를 얻어 확인한 전시관 내부의 개관 준비 상태는 부실했다. 1관의 주요 공간인 기획전시실과 체험실은 아무런 작품이나 도구도 없이 텅 빈 상태였다. 사무실 용도로 쓰이는 공간에는 새로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테이블 2개와 의자 10여개만 놓여 먼지가 쌓여갔다.
 
2관·3관에는 콘텐트가 있지만 흥미로운 관람 요소가 없었다. 지리산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 전시나 차를 마시는 다도 문화 체험, 지리산 일대 주요 건축물 축소 모형 전시, 지리산 주요 명소를 비행 체험할 수 있는 VR 공간이 있었지만, 규모에 비해 특별한 것들은 아니었다. 어린이 체험실 역시 지리산과의 연결고리 없는 흔한 모습이었다.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군이 마산면 황전리에 약 240억원을 들여 지은 지리산 역사문화체험관.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콘텐트 준비 부족으로 개관하지 못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추가로 2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역사문화 체험단지 조성 사업은 2007년 1월 지리산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의 하나로 확정됐다. 이후 12년에 걸쳐 진행된 사업이지만, 건물을 짓는 데만 집중해 정작 콘텐트나 콘셉트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군수의 치적 쌓기 목적으로 체험 단지 조성 자체에만 군이 열을 올리고 정부는 국비 지원 전 검증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구례 마산면 광평리 김형구(52) 이장은 “얼마 전 구례군의 반회보에는 전시관에 놓을 오래된 유물을 기증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었으니 잘 활용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구례군은 올해도 지리산역사문화관에 2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1관에 콘텐트를 채워 넣기 위해서다. 구례군 관계자는 “당초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만든 그림) 콘텐트를 담으려고 했으나 주변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는 점에서 겹쳐 새 콘텐트를 고민하고 있다”며 “실제 개관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구례=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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