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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외교 그곳, 베이징 오리구이 명가의 끝없는 추락

중앙일보 2019.02.27 14:14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진짜 사나이가 아니고,전취덕 오리구이를 먹지 않으면 한으로 남는다”

 
한 때 자금성(고궁), 만리장성과 함께 베이징 방문 시 필수코스였던 전취덕(全聚德 취안쥐더)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최근 1년 간은 순이익이 1억 위안(약 16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155년 역사 베이징 오리구이 레스토랑 전취덕
전통 브랜드의 혁신 실패 전형적 사례로 평가

 
트렌드 변화에 따른 브랜드 리뉴얼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가며, 역사전통 브랜드 전환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취덕 [사진 022sunny.com]

전취덕 [사진 022sunny.com]

 
전취덕은 중국의 대표적인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래된 중국 브랜드)다. 마오쩌둥(毛泽东), 저우언라이(周恩来) 등 중국 고위급 정치인들의 생전 단골가게였고, ‘오리 외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외교 만찬에도 많이 활용됐던 오리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랬던 전취덕이 가파른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전취덕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취덕의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53% 하락한 17억 7600만 위안을 기록했다. 모회사 귀속 순이익은 동기 대비 34.81% 줄었다(8865만 7100위안). 현지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전취덕의 순이익 하락폭은 상장( 2007년 선전거래소 상장) 12년 만에 최대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전취덕의 실적 하락세는 지난 2012년 이후 6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무려 155년 간 베이징의 대표 외식 브랜드였던 전취덕이 인터넷 시대로의 과변기에서 도태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다 '반드시 먹어야할 음식'이 '한번쯤은 먹어볼만한 음식'로 추락하게 됐을까.
 
전취덕의 문제점 중 하나는 혁신과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중뎬핑(大众点评), 어러머(饿了么) 등 음식서비스 앱에 남겨진 평만 보아도 대중이 전취덕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는 것. 특히 베이징 외 지역에 있는 전취덕 매장 음식의 맛에 불만족하는 소비자가 많다. 지난 2017년 우시(无锡) 신구 가맹점 사장이 빚을 지고 도주한 사건은 외지 매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취덕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는 베이징 지역 매장들도 브랜드 노후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베이징을 찾는 여행객들은 아직 그래도 전취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베이징 현지인에게 더이상 전취덕은 최우선 순위 오리구이집이 아니다.
 
현재 베이징 오리 구이 매장 6000여개 가운데, 시장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들이 이미 전취덕을 추월한 지 오래다. 예를 들면 매장 분위기와 식기, 창의적인 메뉴 등에 신경을 쓴 다둥(大董), 가성비 갑 오리집 쓰지민푸(四季民富), '먼루(焖炉, 연기와 화로의 열에 의해 천천히 굽는 방식)' 카오야를 주력 메뉴로 내세운 폔이팡(便宜坊) 등이다.
다둥(좌), 폔이팡(우) [사진 바이두 바이커]

다둥(좌), 폔이팡(우) [사진 바이두 바이커]

 
그렇다고 전취덕이 전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충칭(重庆) 쾅차오커지(狂草科技)와 손을 잡고, '인터넷+음식'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샤오야거(小鸭哥)'라는 오리구이 배달 브랜드를 만들었다.
 
당시의 자료에 따르면, 포장한 오리구이를 집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중산층 가정을 타깃으로 잡았다. 2016년 4월에는 베이징에도 이 배달 서비스를 실시, 바이두 딜리버리(百度外卖)와 협력해 전취덕 배달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했었다. 그러나 2017년 중반즈음 이 서비스는 중단된다. 해당 사업의 2016년 적자가 1344만 위안(약 23억 원 )에 달했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전취덕 배달 서비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맛의 차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소비자가 중국 매체 화샤르바오(华夏时报)에 밝힌 바에 따르면, "전취덕 배달 음식의 식감과 매장에서 먹는 식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요즘은 하다못해 전취덕의 본점격인 첸먼(前门) 매장에 가도, 예전 전취덕의 맛을 느끼기가 힘들어요" 과거 전취덕의 단골이었다는 한 손님은 "지금은 가격도 비싸고, 소비자의 입맛도 사로잡지 못하니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전취덕은 지금까지 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돈을 벌었어요. 고급 제품이 저렴한 배달 음식이 되어버린 거죠. 뒷일을 생각하지 않은 유통 루트 확장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 셈이에요."
[사진 뤼위안시]

[사진 뤼위안시]

 

"전취덕은 방향을 바꾸던 중 암초에 걸렸다. 중국 국내 비즈니스 생태계가 변화할수록 전취덕의 어려움은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

 
중국 시장이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동안, 전취덕은 뒤쳐졌다. 혁신의 시도는 있었으나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에서 방법이 잘못됐거나 시작점이 다소 늦었다. 바로 이 시기, 동종업계 경쟁자인 다둥, 쓰지민푸 등은 가격과 서비스 품질 면에서 전취덕을 제쳤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전통 브랜드에 대한 요구조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전취덕이 지금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트렌드에 발맞춰 신메뉴를 출시하고, 고객에게 보다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 체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종업계 폔리팡, 각종 콜라보레이션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하이자화 등 전통 브랜드의 혁신 성공 사례도 참고할 만 하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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