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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출전비 대신 내주고 PGA 투어 우승한 우정의 사나이

중앙일보 2019.02.27 08:47
마틴 트레이너(오른쪽)이 친구이자 캐디인 라이언 엘러브럭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틴 트레이너(오른쪽)이 친구이자 캐디인 라이언 엘러브럭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던 두 선수. 한 명은 빅리그인 PGA 투어에 올라왔고, 한 명은 3부 투어 Q스쿨을 봐야 할 처지다. PGA 투어로 올라온 선수는 친구의 출전비를 대신 내줬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 큰 도움을 받았다. 
 
동화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 25일 푸에르토리코에서 끝난 PGA 투어 푸에르토리코 챔피언십 우승자인 마틴 트레이너(27)다. 이 대회는 PGA 투어 1부 대회지만 큰 대회인 WGC 멕시코 챔피언십과 동시에 치러져 두 선수의 우정은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트레이너와 라이언 엘러브럭은 PGA 투어 라티노 아메리카(3부 투어)에서 함께 뛰던 동료다. 트레이너는 지난 해 2부 투어를 거쳐, 올 시즌 1부인 PGA 투어에 올라왔다.  엘러브럭은 또 다른 3부 투어인 캐나다 투어 Q스쿨을 봐야 할 처지다. 
 

트레이너는 지난해 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엘러브럭의 PGA 투어 캐나다 Q스쿨 출전비를 내줬다. 엘러브럭은 트레이너에게 보답으로 필요할 때 캐디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트레이너는 1부 투어로 진출했지만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컷탈락이 태반이 넘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푸에르토리코 챔피언십을 앞두고 전담 캐디가 아팠다. 
 
그래서 급히 캐디를 구해야 했다. 트레이너는 엘러브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앨러브럭은 항공사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대회 직전 대회장에 올 수 있었다.  
 
트레이너는 푸에르토리코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67타를 치면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트레이너의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대회 직전까지 8경기에 나와 5번 컷탈락했다. 톱 25에 든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톱 25위를 기록한 경기 4번 중 3번 우승한 마틴 트레이너. [AP]

톱 25위를 기록한 경기 4번 중 3번 우승한 마틴 트레이너. [AP]

 
이 정도 실력으론 내년 투어 카드 유지가 어려워 보였다. 트레이너는 “톱10 안에만 든다면, 딱 9등만 해도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덜컥 우승을 했고, 2021년까지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톱 25 4번인데 우승은 3번, 기적의 사나이 
 
트레이너는 기적을 만드는 선수다. 1년 전 2부 투어에서 사실상 시드를 잃었다. 그러나 출전권이 없어 월요 예선을 통해 참가한 엘 보스크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트레이너는 지난해 2부 투어에서 톱 25안에 3번 들었는데 그중 2번을 우승으로 연결했다. 그 덕에 PGA 투어 시드를 얻게 됐다.  
 
이번 대회까지 포함하면 25등 안에 4번 들었고 그중 3번 우승했다. 톱 10에 10번 들어도 우승을 못 하는 선수가 허다한데 트레이너는 상위권에만 가면 우승으로 연결하는 뚝심이 있다.  
 
트레이너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번 대회에서는 캐디를 봐준 친구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는 우승 상금 54만 달러를 받았다. 그가 지금까지 몇 년간 번 상금의 2배가 넘는 액수다.  
 
PGA 투어 선수인 매트 쿠차는 전담 캐디 사정으로 하우스 캐디를 쓴 대회에서 우승한 후 캐디피 분쟁이 생겼다. 역시 전담 캐디가 사정이 생겨 대체 캐디를 쓴 트레이너는 “엘러브럭은 이제 돈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해줬다”고 말했다. 엘러브럭은 캐나다 투어 Q스쿨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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