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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회사 대표가 비자금 조성했더라도 회사 위해 썼으면 횡령 아냐”

중앙일보 2019.02.27 06:00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회사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회사 영업을 위해 사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 소재의 한 부품회사 대표 김모씨는 거래처에서 부품대금을 허위 또는 과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몰래 돌려받았다. 매매 대금은 부인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았으며 이런 식으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약 8억2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은 해당 금액을 김씨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쟁점은 김씨가 비자금을 조성하며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불법영득의사란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이 사건의 경우 김씨가 비록 대표지만 회사(법인)의 돈을 처분했기 때문에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면 유죄로 인정된다.
 
1·2심은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부외자금(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방법, 규모와 시간, 실제 사용 용도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피고인이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비자금 일부는 회사 영업상 필요한 출장비나 접대비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김씨가 조성된 비자금 전부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썼다고 판결한 하급심의 판단은 잘못됐다"며 "비자금 중 영업활동에 쓰인 돈은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만큼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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