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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왼쪽으로 가는 서구의 2030 세대

중앙일보 2019.02.27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영국 남부 도시 브라이턴에 사는 대학생 알렉스 매킨타이어(19)는 사회주의자가 됐다. 학교 앞 허접한 방조차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졸업 후 갚아야 할 융자금이 4만6500파운드(약 6800만원)나 된다는 걸 깨달은 뒤다.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몸이 망가졌다. 동료 대부분이 대졸인 걸 알고 나서는 졸업장을 따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자신이 없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나가기 시작했고, 반(反)자본주의 워크숍과 마르크스 독서 모임에 참가하게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한 젊은이의 사회주의 입문기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사회주의에 빠져드는 현상에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된 지 30년,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완승하며 이데올로기 논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사회주의가 유행이라니! 
 
지난해 미국 갤럽 여론조사(복수응답)에서 18~29세 미국인 중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답변이 51%를 차지했다.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45%)보다 처음으로 더 많았다. 자본주의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2010년 68%에서 급락했다.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호황인데도 젊은이의 삶은 고달프기 때문이다.  
 
분석은 다양하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사회의 불만이 사회주의 선호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불만은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라는 타이틀을 얻은 청년층에서 뚜렷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나 냉전을 겪지 않아 환상에 젖었다는 의견도 있다. 무지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호주 설문조사에서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응답자(58%) 가운데 블라디미르 레닌,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6%, 34%, 21%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 역사상 최연소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29) 민주당 의원은 자칭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자’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재 37%에서 70%까지 올리고 국가가 모두에게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콤한 얘기다. 하지만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것으로는 막대한 복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 인구 감소로 세금 주도 성장은 더 빨리 바닥을 보일 것이다. 국가의 시장 통제 강화는 민주주의 후퇴와 경쟁 쇠퇴를 불러온다. 활력 잃은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저소득층이 임대로 거주하는 공공주택을 살 수 있게 될 때 자본주의 참여자가 된다”고 말했다. 평생 집 장만을 못 할 것으로 예상하는 젊은층이 많으면 자본주의는 힘을 잃게 된다. 사회주의 선호 현상이 한국으로 넘어오지 말란 법이 없다. 청년의 고통은 영국과 한국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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