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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60일 만의 북·미 정상회담…한반도 평화번영의 전기 되기를

중앙일보 2019.02.27 00:34 종합 30면 지면보기
나흘 전 전용 열차 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아침 베트남 동당역에 내려 하노이에 입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저녁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우리 민족과 국제사회의 숙원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실현할 세기의 담판이 되어야 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것이다.
 

김정은의 통 큰 비핵화 ‘결단’만이 해답
트럼프도 설득력 발휘해 ‘빅딜’ 이뤄야
제재완화·종전선언은 신중히 접근하길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은 ‘평화체제 보장’ ‘완전한 비핵화’ 등 선언적 의미가 강한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런 만큼 260일 만에 재회하는 두 정상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끌어낼 역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이번 회담은 당일치기였던 1차 회담에 비해 두 정상이 충분히 깊이 있게 대화할 환경이 조성된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두 정상은 27일 환담과 만찬으로 신뢰를 다지고, 28일엔 단독 회담과 확대 회담을 비롯해 5~6차례나 얼굴을 맞댈 것으로 보도됐다. 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 모두 분명한 성과를 낼 뜻을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며 비핵화 의지를 비친 사실이 공개됐다. 또 북·미 실무진의 막판 조율 결과 북한은 영변·동창리·풍계리의 핵·미사일 시설을 검증하에 폐기하고,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와 북·미 종전선언을 상응조치로 내놓는 방안이 2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것이란 보도도 26일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북·미 간의 이런 기류를 높이 평가하면서 2차 회담 뒤 “경제와 번영으로 가는 ‘신(新)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이번 회담이 냉전과 대결로 점철된 한반도 역사를 바꾸는 분수령이 되길 기원한다.
 
그러려면 회담에서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영변을 비롯해 이미 알려진 지역들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 전역의 플루토늄·우라늄 핵시설과 미사일 폐기에 합의하면서 투명한 검증과 단계별로 시한이 명시된 로드맵 작성에 동의해야 회담은 진정한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릴 경우 받게 될 보상을 분명하게 약속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옵션을 동원해 북측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경협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북제재 완화 옵션만큼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에 나선 건 북한의 숨통을 조여온 제재망을 뚫으려는 의도가 큰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만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부분적인 핵 동결 선에서 회담이 봉합된 상태로 제재가 완화된다면 북한은 추후 협상에서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는 또다시 벽에 부닥치고,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혀갈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하게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미 종전선언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핵화 촉진 수단으로 종전선언이 효용을 발휘할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한국전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도 문제가 크다. 북·미만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등 향후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한·미동맹 약화의 빌미를 주는 한편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관련 논의만 하고, 정식 선언은 남·북·미 정상이 함께 서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번 회담의 성패는 누가 뭐래도 김 위원장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은 일부러 중국을 거쳐 사흘이나 기차를 타고 베트남을 찾았다. 두 나라의 개혁·개방 성공 비결을 눈으로 보고, 이를 북한에도 적용해 빈사 상태의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메시지로도 읽어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할 것이다. 하지만 제재 완화는 첫째도, 둘째도 ‘완전한 비핵화’만이 열쇠다. 김 위원장은 이를 명심하고, 담대한 결단을 내려 북한을 자신이 꿈꿔 온 ‘평화와 번영의 나라’로 끌어가기 바란다.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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