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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중앙일보 2019.02.27 00:32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국내에서 반공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6·25 직후인 1955년이었다. ‘반공방일(反共防日·공산주의와 일본을 배격함)’을 내세운 1차 교육과정(55~63년)을 통해서였다. 국민학교에서 연간 35시간 반공·도의 교육을 하게 됐고, 고등학교 외국어에서는 러시아어가 사라졌다. 공산주의 종주국의 언어라는 이유였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第一義)로 삼고…’라는 혁명공약을 내세운 박정희 정부는 반공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반공은 승공(勝共)·멸공(滅共)으로 바뀌었다. 포스터 그리기·글짓기·표어 짓기·웅변대회가 수시로 벌어졌다. 요즘 학생들은 누군지 모른다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전국 교정에 세워진 것도 이때였다.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큰 변화가 생겼다. 89년 10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교육 지침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북한이 미국 또는 일본과 운동 경기를 할 때 어느 편을 응원해야 하는가.’ 개발원은 답안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관전 태도가 중요하지만, 굳이 편을 들어야 한다면 이데올로기에 입각할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인 북한을 편드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 않다.’ 반공·승공·멸공 교육을 받은 세대가 군사 정권에 맞서 일군 변화였다.
 
이후 반공 교육은 통일 교육으로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어땠을까. 그 시절 중·고교를 나왔고 최근 군 복무를 마친 23세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 “학교에서 배운 건 북한과의 문화 차이나 통일 후의 모습 등이었다. 북한 체제의 문제는 군대에서 들었다.” 다른 24세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반공은 없었고, 무조건 통일을 해야 한다고만 학교에서 배웠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나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말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정권의 반공 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화됐고 여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얘기 말이다. 그런 논리라면 문재인 정부 초기 20대의 국정 지지율이 93%(한국갤럽 조사)에 이르렀던 사실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더욱 그렇다.
 
고공 행진하던 20대 지지율이 최근 41%로 곤두박질친 건 2년 새 뭔가 이상이 있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두 의원은 보수 정권의 반공 교육만을 이유로 들었다. 자기반성 없는 ‘네 탓이오’다. 20대는 분노했다. 급기야 더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사과했다. 그러나 홍익표 의원은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끝까지 ‘네 탓이오’다. 대체 홍 의원은 어떤 특수한 이념·도덕 교육을 받았기에 ‘내 탓이오’는 없는 걸까.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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