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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약속 위반 땐 제재 되살리는 장치 마련해야”

중앙일보 2019.02.27 00:18 종합 4면 지면보기
“경제제재 해제는 약한 것부터 ‘살라미 전술’로, 만약을 대비한 ‘스냅 백(snapback)’ 조항은 꼭 넣어라.”
 

대외경제연, 제재 해제 전략 조언
“위력 큰 금융제재 마지막에 해제”

암호 같은 내용을 풀어보면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더라도 한 번에 다 풀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잘게 나눠 단계마다 보상을 주는 ‘살라미’식으로 해야 하고,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시 혜택을 철회하고 제재를 재추진하는 ‘스냅 백’ 전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우리 경제 당국에 대한 조언이다. 26일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연)이 발간한 ‘비핵화에 따른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분석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서다.
 
대외연은 선제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대북제재 해제부터 요구하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팽팽한 ‘기 싸움’ 중이라고 분석했다. 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비핵화와 연계한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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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를 완화할 경우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할지 해법도 제시했다. 먼저 북한이 합의한 기한 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약속을 위반하면 강한 대북제재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명 ‘스냅 백’ 조항이다.
 
제재 중 가장 강력한 건 북한 광물 수출에 대한 제재다. 이어 수산물과 의류·섬유 관련 제재, 해외파견 근로자와 관련한 제재, 원유·정제유 수입 제재, 합작투자 제재 순이다.  
 
무엇보다 금융제재를 마지막에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력한 ‘레버리지(협상 지렛대)’는 비핵화 최종 단계까지 아껴둬야 한다는 취지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제재와 같은 강력한 수단을 먼저 해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외 결제수단부터 해제할 경우 그만큼 레버리지가 약해져 북한의 비핵화 의지·이행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연은 북한이 비핵화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출구’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극히 일부를 풀어 비핵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먼저 풀 수 있는 분야는 북한 외교관 여행 규제, 북한 관광 규제 등이다.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에 진척이 있을 경우 개성공단부터 우선 재개해야 한다”며 “서해평화협력특구·동해관광특구와 남북을 연결하는 물류 인프라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등 제재 해제 이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준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남북 경협은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허용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을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혜택을 줄 땐 구체적으로, 확실히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제공할 인센티브를 법제화하되 내용과 기간·규모 등을 명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공키로 한 인센티브가 확실하게 지켜질 것이란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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