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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해체한다면? “가장 중요한 비핵화” “큰 의미 없다”

중앙일보 2019.02.27 00:05 종합 8면 지면보기
북·미 정상회담 올 가이드
트럼프(左), 김정은(右)

트럼프(左), 김정은(右)

영변 핵시설 단지는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다. 북·미 양측이 27~28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변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배경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선언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중략)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명시했다.

영변 핵시설 해체한다면
미국 교수 “가장 중요한 비핵화 과정”
일각 “아침에만 끊고 금연했다는 격”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주도로 1960년부터 핵 개발을 시작하면서 영변을 거점으로 삼았다. 플루토늄 생산에 필요한 흑연감속로, 핵연료봉 재처리시설 및 제조공장, 폐기물 저장고와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 시설 등 390개 이상의 핵물질 생산·보관·처리와 관련된 건물이 밀집해 있다.
 
북·미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협정을 체결했을 때도 핵심은 영변이었다. 당시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영변의 5MW 원자로를 폐쇄했다. 미국이 전력 공급 지원을 위해 경수로 2기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면서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했고 핵 개발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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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영변은 핵심 의제다. 미국은 영변은 당연하며 영변을 뛰어넘는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영변 핵으로 국한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변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북한 초청으로 영변을 직접 둘러본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변의 거대한 핵시설을 폐쇄하는 절차를 실제로 밟기 시작한다면 가장 중요한 비핵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빅딜”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영변 핵시설의 폐쇄 봉인은 북한이 더 이상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변 바깥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주된 시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북한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벌였던 전직 정부 당국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영변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영변 이외에도 북한이 은닉한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도 “영변 핵시설만 폐쇄하고 비핵화했다고 하는 것은 마치 담배 골초가 ‘아침에만 피우지 않을 테니 금연자로 여겨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노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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