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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자치경찰 입법해 달라” vs “청와대식이면 경찰국가”

중앙일보 2019.02.27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권력기관 개혁 입법, 속도 못 내는 진짜 이유는 뭔가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청와대 회의에서 ‘지금은 검찰이 무슨 정권에 줄 서 있다거나 정치 관여 행위를 한다는 식의 이미지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당장 드루킹 사건이 그렇다. 김경수 경남지사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경찰은 김 지사의 휴대폰 및 통신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몇 달 동안이나 미뤘다. 검찰은 경찰이 뒤늦게 청구한 영장을 수사 미비로 기각했다. 특검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냥 묻혔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권력기관 개혁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해 당사자인 권력기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지만 여야간 거리도 좁혀야 한다. 청와대가 요구하는 연내 입법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문 대통령이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의 빠른 개혁 입법을 주문하자 여당엔 불똥이 떨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즉각 ‘2월 임시국회서 논의’를 다짐했다. 하지만 국회 자체가 2월이 다 가도록 열릴 기미가 없다. 검찰 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경찰개혁소위는 지난달 15일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휴업 상태다. 당시 회의서 야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 검·경의 불만 속에 수사권 조정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 속도를 못 내는 이유는 뭔가.
“청와대가 터무니 없는 일을 하니까 그렇다. 정부안 대로면 경찰국가가 된다.”
 
자치경찰을 반대하나.
“자치경찰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실질적으론 경찰 기능과 권한을 너무 비대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 경찰 조직을 나누고 수사권까지 주는 정부안은 한마디로 못 받는다.”
 
수사권을 조정하자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수사권을 어느 정도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경찰이 너무 비대해지면 안된다는 거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은.
“반대다.”
 
연내 개혁 입법이 가능할까.
“청와대 요구와 주장대로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일단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우리 당 위원을 전투력 강한 의원으로 바꾸고 당 특위도 만들 계획이다.”
 
권력기관, 특히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활동 시한이 올 6월까지 인데도 마냥 겉도는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심정엔 진실로 답답함이 담겨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청와대서 두 차례 민정수석을 지냈지만 권력기관 개혁을 매듭짖지 못했다.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5년엔 ‘노무현 정부를 마친 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란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다.
 
검찰의 1차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경찰에 넘긴다는 게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큰 흐름이다. 그럴 경우 경찰 조직이 비대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현재 국가 경찰로 일원화돼 있는 경찰 업무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자는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검경수사권 조정과 연동돼 있다.
 
현 정부 들어 위상과 역할이 더욱 커진 검찰은 물론 불만이다. 문 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주류 세력 교체를 위해 검찰력을 총동원했다.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고, 이전 정부에서 주요 정책을 추진하거나 요직을 맡았던 고위직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까지 벌어져 보복·표적 수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런데 이젠 권한을 내려놓으라니 심사가 편할 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지역 주민생활과 밀접한 부분의 치안 서비스와 수사를 맡고, 국가경찰은 광역·경제 범죄 수사와 정보·보안·외사 업무를 담당한다. 핵심은 자치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는 점이다. 성·가정·학교 폭력 사건을 맡고 교통사고 조사도 상당 부분 처리한다. 주민밀착 치안활동을 하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같은 맥락에서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112 신고 출동의 경우 어느 쪽 일인지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책과 예산, 광범위한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있어 자치경찰이 단체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어려울 거란 현실이다. 시도 경찰위원회 설치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위원회 구성은 얼마든지 시도지사의 입맛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자치단체장은 사실상 여당의 독식 구조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이런 식으로 치르자면 야당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행정부 차원에서 대통령령, 부령, 규칙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남은 건 입법”이라고 야당을 압박 중이다. 물론 권력기관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직결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한 경찰법 개정, 공수처법 등이 마련돼야 마무리된다. 막강한 권한을 분산 시켜 권력 남용을 막자는 게 근본 취지다. 대체로 동의가 많지만 지금대로면 연내 입법은 불투명하다.
 
그래도 야당의 의심과 걱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당사자인 검찰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개혁의 길이 있다. 권력기관과 마찬가지로 권력기관의 최종 인사권자도 사람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경을 포함한 권력기관 인사권을 내려 놓으면 된다. 대통령의 권력기관장 임명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뿐 아니라 동의를 받도록 하는 길이다.  
 
정부 개혁안엔 이 점이 빠져 있다. 그럴 경우 설사 정부안대로의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대통령의 오른 손에 있던 권력을 왼 손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게 될 지 모른다. 권력기관의 권력 줄서기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권 및 이를 통한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양보 없이 대립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독립기구로서의 별도 조직인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상설특검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거란 우려가 더 크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로 공수처가 채워져 검찰보다 더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기구가 될 수 있다는 염려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와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야당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명분도 없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부적절한 제안이다. 과거 검찰의 폐해는 고위 간부들이 인사권을 쥔 정권에 줄을 서고 정치적 사건을 편파적으로 처리한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결국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모두가 바라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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