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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의 이코노믹스] 노인 되면 연금 못받나…청년층 ‘국민연금 포비아’ 확산

중앙일보 2019.02.27 00:04 종합 26면 지면보기
2030세대 향하는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지난해 8월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현재 650조원에 이르는 적립기금은 2041년 1777조원까지 늘어나지만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정부가 법으로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고 해서 미래의 근로세대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비용을 과연 부담할 수있을까. 미봉책에 불과한 현재의 개혁 방안은 자칫 미래의 근로세대인 2030세대를 향한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짚어봤다.

고령자·여성은 연금 사각지대 많고
공무원연금과 상대적 박탈감도 커

불황 겪는 자영업자는 폐지론까지
낸 돈보다 1.8배 받는 구조 못버텨

‘수지불균형 → 균형 전환’ 개혁해야
지금 구조론 미래세대가 덤터기 써

 
정부 운영계획은 4지 선택형으로 제시됐다.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1안, 기초연금을 월 4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2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와 50%로 인상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율을 12%와 13%로 각각 인상하는 3안과 4안을 제시했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한다는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의 실행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그러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젊은층은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연금 포비아’에 떨고 있다.
 
국민연금

국민연금

무엇보다 3안과 4안으로 해도 적립기금은 각각 2063년과 2062년 고갈된다는 점이다. 이를 막으려면 기존 방안으로는 어림도 없고 보험료율을 각각 31.3%와 33.5%로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립기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노년세대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그 시점의 근로세대가 몽땅 보험료로만 조달해야 한다.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경영계로선 12~13% 인상만 해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인 마당에 31~33%에 달하는 인상은 더더욱 쉽지 않다.
 
국민연금이 1988년부터 도입되면서 당시 노인이었거나 고령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급여 수준이 매우 낮다. 그 결과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은퇴를 앞둔 중산층 고령자들 역시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 노후생활이 어렵다. 경력단절 여성,비정규직 등 안정적 소득을 유지하지 어려웠던 경우는 노후에도 연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데 그 비중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더욱이 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직원 등 별도의 연금 제도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금 격차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
 
2057년 적립기금 고갈 전망은 청년층은 연금보험료만 불입하고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저성장과 경제 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한 영세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수익률은 사상 최저수준인 -1.5%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이 노후소득 부족을 메꾸고 있지만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갈수록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2005년에 도입된 근로자 퇴직연금제도 역시 노후연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이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족한 노후소득 보장성을 단박에 해결하는 방법은 소득대체율 인상이지만 연금재정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은 44.5%이고(평균 소득자 40년 가입기준) 2028년까지 40%로 하향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중 70%는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을 받고 있고, 2021년에는 30만원으로 인상된다.
 
국민연금은 2차례의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불입하는 보험료의 원리합계액보다 수급하는 연금액이 1.8배를 받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2016년 평균수명 가정), 그 수지 차액만큼이 그대로 연금부채가 되어 미래로 전가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금가입자가 수급자보다 많은 시점에는 지금과 같이 적립기금이 증가하지만 연금수급이 본격화되면 쌓였던 적립기금이 사라지는 결과가 2057년 적립기금 고갈이다. 물론 적립기금이 없다고 해서 연금을 반드시 지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적립기금 없이 매년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총액을 그 당시 근로세대에게 보험료 혹은 세금을 부과하여 조달하는 부과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유럽 국가들과 같이 부과방식으로 운영하면 되지만 이들 국가보다 훨씬 심각한 인구구조가 문제이다. 영국·프랑스·스웨덴 등 복지국가와 비교할 때 이들 국가와 평균수명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출산율이 크게 낮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2.0에 가깝지만, 우리는 2017년 1.05이고 2018년에는 1.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을 1.38로 낙관적으로 가정한 2016년 통계청 인구전망에 따라도 2065년의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은 42.5%로 예상돼 25% 내외로 전망되는 유럽 국가들과 대비 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른 국민연금의 제도부양비는 120% 정도 된다. 근로세대 가입자 1명이 노인 수급자 1.2명을 부양해야 하는 인구조건에서 적립기금이 고갈되어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면 연금보험료율은 30% 선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 연금제도 역사가 깊은 대부분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연금보험료율의 상한선은 20% 내외이다. 따라서 우리와 같이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에서는 가능한 적립적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연금해법의 핵심이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가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연금수리적으로,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인 40%에 대응하는 수지상등의 연금보험료율은 16%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법에 정해두고 연금보험료율도 9%로 법으로 고정하고 있다. 이같이 앞뒤가 맞지 않게 수지 불균형 구조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을 균형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다.
 
수익률 올린 캐나다, 100년 내다본 일본의 연금 개혁
캐나다와 일본은 고차 방정식인 연금 개혁에 성공하고 있다. 먼저 불균형 구조를 균형구조로 전환한 캐나다를 보자. 캐나다는 2016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소득비례연금(CPP)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동시에 올리는 개혁안에 합의했다. 2019∼2023기간 동안 소득대체율을 25%에서 33.3%로 인상하고 연금보험료율은 9.9%에서 11%로 인상했다.
 
캐나다는 기초연금·소득비례연금의 2층 구조로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5%이고, 소득비례연금은 25%다. 기초연금은 조세로 조달하는 반면에 소득비례연금은 소득의 9.9%를 보험료로 갹출한다. 25%의 소득대체율과 9.9%의 보험료율은 연금수리적으로 상등하다. 이 같은 수급부담 상등 구조는 1997년 개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에 조정된 소득대체율 8.3%포인트와 보험료율 1.1%포인트를 비교하면, 보험료율에 비해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상대적 높아 불균등하다. 현재 수지 구조로 보면 소득대체율을 8.3% 인상시키려면 보험료율은 3.32%P를 인상해야 상등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바꾼 것은 적립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득비례연금 기금의 최근 10년간 연 수익률이 8%를 기록한 자신감 때문이다. 적립방식으로 운용하는 연금기금의 높은 운용수익률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최근 5년간 운용수익률이 4.28%인 것과 대조된다.
 
일본의 후생연금 제도는 직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재정상태나 기금운용방식이 국민연금과 유사하다. 후생연금 역시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재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2004년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18.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또 연금 급여의 실질가치를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거시경제 연동제에 따라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연금액을 조정했는데, 피보험자 수와 기대수명의 변화를 고려해 급여액 상승을 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급여율도 자동적으로 적정하게 조정될 수 있게 해 2100년 이후까지 적립기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연금개혁을 완성했다. 보험료율의 상한선(18.3%)을 정해 미래세대의 비용부담 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이 연장되면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정적으로 수지상등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공무원연금공제와 사학연금공제가 후생연금제도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2015년 3개 제도를 후생연금보험으로 통합시켰다. 물론 이들 3개 제도가 제도와 재정 상황이 유사했다는 점에서 재정과 제도 격차가 큰 우리와 다르지만 어려운 숙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을 거치며 다년간 연금 개혁 방안을 연구해 왔다. 한국연금학회·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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