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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무궁무진한‘경험’ 선사하는 ‘VR’ 공모전 통해 콘텐츠의 미래를 보다

중앙일보 2019.02.27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기고
영화의 시작은 VR이었다. 1894년 에디슨은 키네토스코프라는 장치를 만들었는데 한 사람이 렌즈를 통해 활동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커다란 헤드셋 장치였다. 물론 머리에 달 수는 없었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이를 영사 장치와 결합, ‘기차의 도착’이란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최초로 카페에서 스크린으로 상영했다. 덕분에 여러 사람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조악한 볼거리가 세상의 문화예술을 점령할 거대한 영상 산업으로 발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첫 산파 역할을 한 에디슨조차 영화는 그저 잠깐 반짝하다 말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영화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제왕이 되어 세상을 정복했다. 21세기에 이르러 대중매체에서 다시 첫 모습처럼 개인 매체인 VR로 돌아왔다.
 
극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감상하는 영화가 왜 100년의 세월을 거쳐 1인 매체로 다시 돌아와야 할까. 그것은 혹 퇴행이 아닐까.
 
VR은 직접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육체가 동시에 반응하는 실제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몰입감이 한층 깊다. 글자 그대로 ‘Virtual Reality(가상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초창기라 이 기술의 사용법을 잘 모른다. 마치 영화가 처음 태어났을 때와 비슷하다. 혹자는 그저 장난감처럼 테마파크에서 반짝하다가 사라질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그러했듯 자체적인 스토리텔링 문법과 연출 기법들이 만들어진다면 놀라운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재한 이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 2018 VR 영상콘텐츠 공모대전 ‘VRound’가 기획됐다. 18편의 창작물이 선정되어 최종 완성작을 제출, 심사를 받았다.
 
대학생부터 전문 업체까지 다양한 참가자가 만든 작품을 심사하며 아직 이 기술은 혼돈의 걸음마 단계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확인할 값진 기회였다. 몇몇 작품은 바로 이것이 VR의 미래임을 깨우칠 수 있는, 빛나는 각성의 순간을 제공했다. 심사하다가 어느 순간 이미 내 존재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명료한 인식, 아울러 그 가상현실의 공간이 아름답고 편안해 좀 더 그 속에 머물고 싶었던, 현실로 돌아오기 싫었던 그 기묘한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VR은 전 세계적으로 다들 첫걸음이기에 이번 공모전이 바로 세계적인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즐겁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상상하는 재미가 굉장했다. 그런 기회를 주신 참가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수상자에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달에 도착한 암스트롱이 일찍이 말했듯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임이 분명하다.
 
 
정윤철 <2018 VRound 심사위원장·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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