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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을 쉬게 하라" 몸이 주는 경고에 귀기울이자

중앙일보 2019.02.26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39)
도쿄에 있는 민우 씨가 보낸 메일을 읽고, 나는 그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진 pixabay]

도쿄에 있는 민우 씨가 보낸 메일을 읽고, 나는 그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진 pixabay]

 
“민우 씨, 반가워요.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네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스앵님.”
 
민우를 만난 것은 도쿄의 한 레스토랑에서다.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민우는 처음 봤는데도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 때문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일본까지 와서 민우를 만나게 된 이유는 한 통의 메일 때문이다. 중앙일보 연재하는 ‘유재욱의 심야병원’을 보고 메일을 보낸 민우의 사연은 이렇다.
 
도쿄의 한국 청년이 보낸 메일
선생님께
저는 현재 일본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33살의 청년입니다. 원래 제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무명배우로 바닥부터 노력해 겨우 드라마 조연으로 발탁되었어요.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발목을 잡은 것은 고질적인 제 왼 무릎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속을 썩여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던 무릎의 통증이 재발한 것입니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되고, 그리고 드라마에서 하차…. 10년간 꿈꿔온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방황하고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의 작은 레스토랑의 점장으로 일하면서 평범한 청년으로 누군가처럼 부자가 되길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무릎 통증이 다시 재발한 것입니다. 일본이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한국에 다시 들어가기도 어렵고 참 난감합니다. 일본에서 5년간 쏟은 노력이 다시 무릎 때문에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납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동경에서 민우 올림
 
사연을 읽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민우의 무릎 통증도 문제지만 한 청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하니 무심코 읽고 지나가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일본에 갈 일이 있어 수소문 끝에 민우가 일하고 있는 도쿄의 한 레스토랑으로 찾아가게 된 것이다.
 
만나자마자 바로 앉혀놓고 무릎부터 살펴봤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세 번이나 수술한 무릎 치고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연골판 제거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터라 가만 놔두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치료를 받은 상황에서는 환자의 노력이 더욱 막중해진다. 일단, 무릎에 좋지 않은 습관 등을 고쳐야 한다. 내게 잘 맞으면서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일간 스포츠]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치료를 받은 상황에서는 환자의 노력이 더욱 막중해진다. 일단, 무릎에 좋지 않은 습관 등을 고쳐야 한다. 내게 잘 맞으면서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일간 스포츠]

 
"민우 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으세요. 지금 현재 민우 씨 무릎은 의사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30%, 본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70%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치료는 이미 한 상태고, 지금부터는 민우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릎을 오래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수술해야 할 것인지가 달려있다는 말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고, 쉽게 이야기해서 무릎에 도움이 되는 것 100가지를 다 실천하고, 무릎에 해가 될 수 있는 것 100가지를 모두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쉽지는 않겠네요. 여기서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리가 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말씀해 주시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큰 틀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무릎이 좋아지려면 가장 먼저 무릎에 나쁜 습관, 자세 등을 고쳐야 해요. 무릎에 좋은 운동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끔은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도 있거든요. 또, 보조기가 신발을 어떻게 적절하게 이용해 무릎건강을 지키고, 어떤 음식과 어떤 영양제가 내 무릎을 좋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아프게 하는 동작 멈추면 일주일 안에 통증 해소
오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절대로 무릎을 아프게 놔두지 말라’에요.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것이 특정 자세든, 어떤 상황이든 간에 무릎에 염증이 생기고 무리가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무릎에 염증이 생기면 붓고, 열이 나고, 관절염이 빠르게 진행하거든요.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현재 무릎에 무리가 가고 있으니 쉬어라’라고 하는 몸이 주는 경고라 생각하고, 무릎을 쉬어줘야 해요.
 
‘쪼그리고 앉을 때 아프다’는 사람은 쪼그리고 앉는 것을 피해야 하고, ‘골프 칠 때 아프다’는 사람은 골프를 쉬는 것이 상책입니다. 우리 몸은 극복하려 들수록 더 손상이 커질 수 있거든요.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면 됩니다. 통증이 있을 때는 냉찜질을 하고, 될 수 있는 한 아픈 동작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일주일 안에 통증이 줄어듭니다. 앞으로도 ‘어떤 것이 무릎에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알려 드릴 테니, 꼭 실천해보세요. 행운을 빌어요.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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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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