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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거꾸로 가는 자유한국당

중앙일보 2019.02.26 00:27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답답하다. 정치권을 쳐다보면 답이 없다. 문재인 정부 2년은 돌출의 연속이다. 이념 편향적 외골수 정책으로 숨이 막힌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도 과거 탓, 적폐 탓이라고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 탓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다. 어차피 문제를 풀 책임은 지금 위정자가 아닌가.
 

잇단 정책 실패에 국민 답답해도
못미더운 야당, 마음 줄 곳 없어
고비마다 비대위, 사과하지만
위기만 넘기면 과거 행태 반복
증거 조작되고, 탄핵 잘못됐다면
책임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했나

야당으로 눈을 돌려보려 해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대안이라고는 없고, 막말로 사고만 친다. 정책 실패의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조금 오르자 금방 본색이 드러난다. 떨어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쳐주는 게 한국당이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는커녕 새로 등장할 지도부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5·18 망언’과 ‘탄핵 불복’, ‘배박(背朴)’ 논란이 탄핵의 참담한 기억을 불러냈다. 여도, 야도 마음 돌릴 곳 없는 국민만 숨이 막힌다.
 
2년 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자회견은 비장했다. 인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쌓아 올린 대한민국 국격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분골쇄신의 각오로 당 개혁·정치 개혁·국가 개혁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무엇이 달라졌나.
 
비대위는 비난을 피하는 정해진 수순이었을 뿐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 참패하고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탄핵 사태가 벌어지자 비상대책위를 출범했고, 지방선거에 패배하자 다시 비상대책위를 만들었다. 고비마다 비대위를 만들었지만 그냥 그뿐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새로운 가치 정립을 약속했지만 남은 것도 없이 27일 물러난다. 비대위 따로, 의원 따로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는 사상 최악의 참사였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광역단체장을 모두 내줬다. 부산·울산·경남도 다 빼앗겼다. 드루킹 사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등 선거 호재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도 악재를 악재로 덮었다. 선거가 끝나고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 엎드려 사죄했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선거만 되면 엎드린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진국칼럼

김진국칼럼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운 촛불 시위에 한국당은 고개 숙였다. 당 이름을 바꾸고, 대통령을 출당했다. 상당수 소속 의원이 탄핵 소추에 참여했다. 그런데 갑자기 탄핵이 잘못됐느니, 절차가 잘못이느니, 증거가 조작됐느니 한다. 반성도, 큰절 사죄도 모두 시늉이었다는 말이다.
 
전당대회는 새 출발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구의 굿판이 되고 있다. 반성의 목소리를 ‘배신’이라며 배척하고, 탄핵의 폭풍을 피해 숨었던 사람들이 기세를 올린다. 믿는 구석이 있다. ‘어차피 집권당의 반대는 우리 아니냐’는 오만이다. 집권은 못해도 제1야당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못난 후손이 조상을 팔아 먹고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 정당의 모습이 어떠했나. 반대당 인사는 기용해도 반대 파벌에서 일한 사람은 철저히 배제했다. 그러다 선거에 폭망하고, 탄핵의 시련을 겪었는데, 또다시 ‘배박’ 타령이다.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과거 정부를 평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중요한 건 미래다. 국민에게 절박한 건 과거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고, 집권 이후의 청사진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유력 당권 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분도 있고, 관리를 잘못한 분도 있고, 당의 어려움을 방관했다”는 것이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는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걱정한대로 그는 탄핵 프레임에 걸렸다. ‘○’도 ‘×’도 아닌 ‘△’를 하고 싶었다느니,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태블릿PC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그렇게 본다”고 했다.
 
당시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그게 ‘잘못된 것’이라면 그의 책임은 없나. 헌정 질서가 잘못된 증거로 뒤집혔다면 그때 그는 무엇을 했나. 박 전 대통령을 배려해 특검 시한 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도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특정인을 봐주기 위한 결정이었나. 그가 야당 대표, 또는 더 책임있는 자리를 맡는다면 또다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일을 방치하고, “우리가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선거법 협상에서도 한국당은 기득권만 고수한다. 다른 당이 모두 의견을 좁혔지만 대안조차 내놓지 않는다. 이런 정당을 누가 수권정당으로 혁신할 수 있을지 새 지도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걱정스럽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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