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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조카 “남한은 친일파들이 훈장 많이 받았다”

중앙일보 2019.02.25 21:39
약산 김원봉.

약산 김원봉.

경남 밀양 출신으로 대표적 항일 무장독립투쟁가로 꼽혔던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의 후손이 “오는 11월쯤 서울에서 기념사업회를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산의 11남매(9남 2녀)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씨가 25일 오후 귀국해 이같이 말했다. 
 
김태영씨는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삼촌인 ‘약산 김원봉 기념사업회’ 준비 상황에 대해 준비 중이라며, 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 의열단 독립운동 정신 계승은 물론 중국 독립운동 현장 등 역사기행, 대학생들에게 역사 가르치기 등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좌제 고통 등 동족상잔과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서 모진 가족사를 몸으로 겪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6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맨손으로 사업을 하며 백인 주류사회의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서 모친 권유를 받아 ‘의열단 약산 김원봉 장학회’를 꾸려 회장직을 맡았고,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사도 맡고 있다.
 
김씨는 약산의 서훈 문제, 북미 회담 등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친일파들이 훈장을 많이 받았다. 남한에선 수많은 민족반역자한테 서훈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김씨는 “훈장은 국민을 위해 뭘 했는지, 진실이 뭔지 보고 주는 것”이라며 “약산의 서훈 문제에 개인적으로 크게 개의친 않지만, 상징성이 있는 만큼 서훈이 된다면 친일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서훈이 집안의 경사라든지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고 집안사람들은 지금껏 언론에 나서길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약산이 월북한 뒤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남쪽에 남겨졌던 가족 가운데 약산의 형제 4명, 사촌 5명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총살당했고 김 여사의 부친은 연금 상태에서 별세했다. 김 여사의 남편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본인도 경찰에 연행돼 모진 심문을 받았다. 김씨는 형제들이 고아원에 맡겨져 어렵게 학교에 다녔고 연좌제가 풀린 후 겨우 미국행 등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약산 김원봉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삼촌인 약산 김원봉 기념사업회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약산 김원봉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삼촌인 약산 김원봉 기념사업회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약산은 1898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해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 일제 수탈 기관 파괴와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 투쟁을 벌였다.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했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도 지냈다. 약산은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선생보다 일제에서 내건 현상금이 더 많았을 정도로 일제에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1948년 월북한 이후 그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고, 같은 해 9월 국가검열상에 올랐다. 이후 노동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다가 1958년 김일성의 연안파 제거 때 숙청됐다.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 독립운동 리더로 그려지기도 했다. 2015년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서 이병헌이 각각 약산을 연기했다.  
 
하자만 약산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현행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선정이 불가능하다. 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해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다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  
 
올해 3·1절 서훈대상자 선정 당시 약산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 권고안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일제히 반발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 정권 수립에 부역하거나 6·25 때 전범 활동에도 관계없이 독립 유공자로 서훈한다면 김일성에게 독립 훈장을 주고 후손인 김정은에게 연금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원봉은 북한 정권 수립·유지·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으로 유공자로 서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내 나라에 헌신한 분들을 지키는 게 보훈인데, 오히려 그분들을 희생시킨 사람들을 보훈 대상으로 떠받들려 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약산 김원봉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찾았다. 사진은 김학봉씨 생전 모습. [사진 유족=연합뉴스]

약산 김원봉의 11남매 가운데 막내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24일 별세하자 미국에 거주해온 차남 김태영(62)씨가 25일 오후 귀국, 밀양시내 모친 빈소를 찾았다. 사진은 김학봉씨 생전 모습. [사진 유족=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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