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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전자편집 아기, 지능향상됐을 것"...美 UCLA 발표

중앙일보 2019.02.25 18:05
지난해 말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가 편집돼 출생한 세계 최초의 ‘디자이너 베이비’가 지능 면에서 매우 뛰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 뇌 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1일(현지시각)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기억·학습을 비롯한 인지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같은 날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CCR5 유전자를 편집할 경우 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CCR5 유전자를 편집할 경우 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UCLA 연구진의 CCR5 관련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국제적 물의를 일으킨 허젠쿠이(賀建奎·34) 중국남방과기대 교수 때문이다. 허젠쿠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26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인류유전자편집회의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아기 루루와 나나가 이미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CCR5는 AIDS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인체에 수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유전자를 없애 AIDS에 면역력을 가진 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초 허젠쿠이 교수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배아 상태에서 행해지는 유전자 편집이 인간에게 끼칠 영향성은 매우 불분명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중국 과학자 122명은 SNS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규탄 성명을 냈고 국제 과학계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서 유전자편집 아기가 이미 탄생했다고 발표해 국제과학계에 물의를 일으켰다. 이번 UCLA 연구진의 CCR5 관련 연구성과는 이 때 태어난 유전자편집 아기와 관련이 깊다. [중앙포토]

허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서 유전자편집 아기가 이미 탄생했다고 발표해 국제과학계에 물의를 일으켰다. 이번 UCLA 연구진의 CCR5 관련 연구성과는 이 때 태어난 유전자편집 아기와 관련이 깊다. [중앙포토]

그러나 UCLA 연구진은 CCR5를 편집하면 HIV 수용을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혀냈다. CCR5가 뇌 세포 간 연결망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기억력이 향상되는 현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알치노 실바 UCLA 신경생리학자는 “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CCR5를 제거했더니 쥐의 지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 뇌졸중에서도 빠른 회복을 보이는 것이 나타났다”며 “중국 유전자 편집 쌍둥이의 인지 능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학업능력이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선천적으로 CCR5 유전자가 결여된 사람의 경우, 뇌졸중에서 빨리 회복된다는 기존 연구결과도 있어 이번 연구결과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CCR5의 기능에 대한 추가 연구는 약물 시험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뇌졸중 환자와 HIV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CCR5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매라바이록(MVC)’을 투여하고 인지기능을 향상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바 교수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라며 “약물을 이용해 인지장애를 치료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의 DNA를 조작해 특정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경계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우리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며 유전자 가위 시술을 통해 초월적 지능을 가진 신인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과학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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