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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같아요” 경찰단속보다 신고로 적발되는 음주 늘어…기대치 않은 '윤창호법'의 효과

중앙일보 2019.02.25 17:00
윤창호법 시행 이후 시민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연합뉴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시민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길을 지나갈 수 없어요. 와서 측정 좀 해주세요.”
 

자영업자 이모(50)씨는 지난 1일 오전 1시 43분 서울 송파구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씨가 적발된 장소는 경찰이 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는 도로가 아닌 한 주택가의 골목길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19%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집 앞까지 운전한 이씨는 주차를 하려던 중, 길을 지나려던 다른 차량 운전자 A씨에 의해 신고를 당했다. 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술에 취한 이씨의 차량이 1차선 일방통행 길을 막고 있자 A씨가 차에서 내려 이씨의 모습을 확인한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친한 형이 운전했다”고 말하거나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했다”고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A씨의 정확한 신고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이미 2016년 1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무면허 상태였던 이씨는 조만간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된 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활동보다 시민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에 의한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음주운전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서 기대치 않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건 중 5건이 ‘주변 신고에 의한 적발’  
24일 기자가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무작위로 취재한 음주운전 사건 6건 중 5건이 ‘주변 신고에 의한 적발’ 사례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술 드신 분이 차를 끌고 나가는 것 같다'는 목격자의 신고가 늘었다"며 "최근 들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올해 들어 신고에 의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정확한 증거 자료 보관과 검찰, 법원 등에 제출을 위해서 신고 당시 음성, 영상 파일을 CD로 구워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의심 신고는 신고자가 운전자를 직접 보지 않아도 가능하다. 지난 3일 아침 경찰은 송파구의 한 6차로 도로 위에 “도로 2차선에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큰길 한복판에 멈춰서 있는 차량에는 브레이크 등만이 빛나고 있었다. 경찰은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며 “선생님, 문 좀 열어보세요”라고 여러 차례 외쳤지만 차 안의 사람은 답이 없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만 밟은 채 잠이 들었고, 경찰은 문이 열리자마자 차량 기어를 주차 모드로 바꾸고 열쇠를 뽑았다. 현장에서 실시한 음주 측정 결과, 운전자는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고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차적 조회해 추적…신고에 대한 경찰 대응도 강화 
경찰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전에는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해도 현장에 음주운전 차량이 떠나고 없으면 경찰도 복귀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적 조회를 통해 주거지에 찾아가서 음주 측정을 시행한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한태동 송파서 교통과장은 “신고에 의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전체 음주운전 적발이 줄어들어 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신고와 단속, 처벌이 강화된 만큼 운전자들이 술을 조금이라도 마신 뒤엔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김다영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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