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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역행"···120조 반도체 기지 용인입지 후폭풍

중앙일보 2019.02.25 16:07
충남도의회 의원들이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인시 입지에 반발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충남도의회 의원들이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인시 입지에 반발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방침인 가운데 정부가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해 비수도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충남 천안시와 경북 구미시, SK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시, 충북 청주시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일부에선 ‘용인 입지 백지화’를 주장하는 시민궐기대회 등을 준비 중이다.

산자부, 국토부에 반도체 부지 추가 공급 요청
충남 천안·경북 구미 등 "수도권 규제완화"반발
일부지역 시민궐기대회 등 저지 운동 전개 예정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릴 기회가 사라졌다고 판단해서다.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선 “문재인 정부가 외쳐온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며 반발이 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4개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해 월 80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자재·장비 분야 국내외 협력업체 50여개도 입주한다. 1만7000여명의 고용이 예상된다는 게 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요청한 반도체 클러스터 용지(448만㎡) 확보를 위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산업단지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2018~2020년 경기도에서 산업단지 개발 물량은 620만㎡로 제한돼 있으나 이미 이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시를 선택했다. 사진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신청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모습. [뉴스1]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시를 선택했다. 사진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신청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모습. [뉴스1]

 
용인과 같은 수도권에선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는 이른바 ‘공장건축 총량제’가 적용되고, 국가 필요에 따라 이를 초과하려면 관련 부처의 장이 요청해 수도권 정비위원회에서 불가피하다고 인정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경기도에 배정된 산업단지 배정 물량이 한도를 초과해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위해 추가 용지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도체가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등 국가 경제 측면에서 비중이 매우 큰 점을 국토부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승조 충남지사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닉스의 용인 입지 결정은)문재인 정부 국정 목표와 맞지 않고 수도권 규제 완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산업단지 추가 공급(특별물량)을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30일 오후 경북 구미 국가5산업단지에서 열린 하이닉스 구미유치의 열망을 모으기 위한 '희망 2019! 대구·경북 시도민 상생경제 한마음축제'에서 구미시 새마을회, 구미선산JC, 구미시 특전사 예비군회 회원들이 SK하이닉스 구미유치 성공을 기원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하고 있다.[뉴스1]

지난 달 30일 오후 경북 구미 국가5산업단지에서 열린 하이닉스 구미유치의 열망을 모으기 위한 '희망 2019! 대구·경북 시도민 상생경제 한마음축제'에서 구미시 새마을회, 구미선산JC, 구미시 특전사 예비군회 회원들이 SK하이닉스 구미유치 성공을 기원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하고 있다.[뉴스1]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나섰던 구본영 천안시장은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의 피해가 큰 만큼 지역의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정부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지역 기관·단체와 기업 등은 시민궐기대회와 중앙부처 항의 방문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도 “이번 결정은 정부가 유지해 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앞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구미 국가산업5단지 100만여㎡ 무상 임대와 최대 230여만㎡의 장기 임대, SK 주거지 조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를 아쉬워하면서도 SK가 청주에 10년간 35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환영하는 분위기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가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가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SK하이닉스의 용인 입지를 비수도권 죽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인호 부산시민 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번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그동안 많은 혜택이 있었다”면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지방은 소멸한다”고 지적했다. 
 
이두영 지방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수도권은 이미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부동산값 폭등 같은 사회문제와 함께 지방 기업의 수도권 이주현상 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주·부산·천안·구미=최종권·황선윤·신진호·김정석 기자 choigo@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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