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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머리가 좋아질까

중앙일보 2019.02.25 15:20
두뇌의 기능을 증진시켜 학습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청소년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일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두뇌의 기능이 뛰어난 친구들을 주변에서 말할 때 흔히 ‘머리가 좋다’, ‘총명하다’라고 표현하죠. 여기서 ‘총명하다’는 말은 ‘귀 밝을 총(聰)’과 ‘눈 밝을 명(明)’이라는 한자의 조합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재주가 있음’을 뜻합니다. '동의보감 외형편(東醫寶鑑 外形篇)'에서는 ‘귀와 눈이 에너지를 받아야 총명해진다(耳目受陽氣以聰)’고 하여 귀와 눈의 기능이 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함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즉, 총명이라는 개념에는 ‘청각’과 ‘시각’을 통한 복합적 감각 인지로 이뤄지는 지능과 기억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청소년 생활 관리 요령 10.두뇌 활동

 
지능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중추신경계의 특징과 태어난 이후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경험과 학습, 환경요인에 따라 복합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능지수(IQ)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스탠퍼드-비네 지능검사나 웩슬러 검사 등이 있어요. IQ 검사는 검사한 시점의 일반 지능을 반영하는데, 대개 문화적·경제적 환경의 영향 등을 반드시 고려하지는 않죠. 하지만 최근에는 영양 상태나 교육 환경, 가정생활, 아동 양육 방식 및 사회적 기대와 같은 문화적·경제적 요인들이 각 개인의 잠재력 발휘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억은 뇌에 저장된 지식이나 경험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감각 기억, 단기 기억, 장기 기억의 세 가지가 있다고 해요. 감각 기억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정보를 그대로의 모양으로 짧은 시간 간직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감각 기억을 해석한 다음 수십 초 정도 유지되는 것을 단기 기억, 단기 기억을 반복하거나 연상해서 반영구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장기 기억이라고 합니다. 1885년 에빙하우스는 『기억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기억이 가지는 특징을 학문적으로 증명하기 시작했는데, 학습 후 초기 9시간은 기억이 급격히 감소하다가 그 뒤로는 서서히 줄어든다고 했어요. 즉, 학습 10분 후부터 망각(기억에서 사라짐)이 시작되어 1시간 뒤에는 50%가 사라지고, 1일 후에는 70%, 1달 후에는 80%가 망각된다는 거죠. 시간에 반비례하는 망각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 한 시간 후, 하루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 반복해서 복습함으로써 장기 기억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와 같은 ‘총명’의 의미를 통해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 이외에 후천적으로 지능과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첫째로 고른 영양 섭취와 안정된 가정환경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한 감각 기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부할 때 소리 내 읽고 쓰며 이를 이미지화하고, 셋째로는 네 번 이상의 반복 학습을 통해 장기 기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지능·기억과 관련된 두뇌의 정신작용을 ‘신(神)’으로 표현하였는데, 귀와 눈이 밝고 목소리가 맑고 손발 동작이 가벼운 것을 신기(神氣)가 충만하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눈과 귀가 외부의 시각·청각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인체의 정신작용에도 관여함을 표현한 거죠. 총명의 개념에는 눈과 귀의 작용은 물론 정신 활동 작용까지 포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어요. 동의보감에 나오는 총명탕(聰明湯)의 내용을 보면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것을 치료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의 말을 외울 수 있다(治多忘久服能日誦千言)”라고 하여 건망증을 치료하고 기억을 증진시키는 효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총명탕은 심(心)의 기능을 증진시켜 정신적으로 잘 놀라거나, 성나는 감정을 진정시켜주고 마음을 평온하게 함으로써 정신 작용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죠.
 
총명탕을 비롯해 장원환(壯元丸), 주자독서환(朱子讀書丸), 공자대성침중방(孔子大聖枕中方) 또는 귀비탕, 건뇌차(健腦茶) 등이 대표적인 건망증 치료 처방들로, 수험생들의 두뇌 활동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처방되는 총명탕류의 한약들입니다. 기본적으로 총명탕의 기본 한약재인 원지·석창포·백복신 등 3가지 약재를 중심으로 증상에 따라 그에 맞는 한약들을 추가해 처방을 구성하는 건데요. 이들 약재의 주요 효능은 바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의 혈류 순환을 촉진하는 겁니다. 두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데는 혈액 순환과 정신 안정이 중요함을 알 수 있어요.
 
지능과 기억을 증진시키키 위해서는 책상에만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 적절한 신체 활동을 병행해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머리가 좋아지는 비결임을 기억하세요.
 
글=김규석 경희대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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