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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민스럽다면…걱정거리 푸는 22가지 공식

중앙일보 2019.02.25 15:00
[더,오래] 김성희의 천일서화(25)
인생은 고해라고 한다. 바다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왔다 가듯 사노라면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고 닥치는 게 누가 한 말인지 몰라도 딱 맞는다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중앙포토]

인생은 고해라고 한다. 바다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왔다 가듯 사노라면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고 닥치는 게 누가 한 말인지 몰라도 딱 맞는다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중앙포토]

 
인생은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바다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왔다 가듯 사노라면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고 닥치는 게 누가 한 말인지 몰라도 딱 맞는다 싶을 때가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퇴직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줄고, 못 볼 꼴도 보지 않게 되어 인생이 필 줄 알았더니만 그게 영 아니다. 매일 출근해 호구지책으로 일하는 대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만나고 싶은 이만 만나리라 다짐했건만 ‘소속’이 없어지니 당장 삭풍이 부는 허허벌판에 선 낙락장송 느낌이다. 누만의 재산을 쌓아놓지 못한 이상 당장 먹고살 방도를 찾아야 하니 말이다.
 
여유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대학 보내면, 졸업 후 취업이 되면, 결혼을 시키면 걱정이 확 줄어들 듯했다. 한데 이게 깔딱 고개인 양 한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줄을 잇는다. 
 
결혼한 딸이 2세 소식이 없으면 은근히 사돈댁에 신경 쓰이고, 정작 손주가 생기면 이번엔 ‘할빠’ ‘할마’ 노릇을 피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건강과 금력, 시간적 여유가 조화를 이루는 60대가 인생의 황금기 아닐까 싶었는데 연로한 부모님 모시랴, 자식들 뒷바라지하랴 허리 펴기가 쉽지 않다.


정신과 의사가 쓴 『고민이 고민입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인플루엔셜.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음, 인플루엔셜.

 
그러니 고민이 없기를, 혹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고민을 제대로 하는 법, 이를테면 고민 다스리기나 고민 관리하기가 차라리 삶의 지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생각이 여기에 이른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고민이 고민입니다』(하지현 지음, 인플루엔셜)이다.
 
우선 지은이가 믿음직하다. 여러 권의 주목할 만한 책을 썼고, 언론을 통해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정신과 의사이니 말이다. 멋진 말로 포장된 도 닦는 이야기가 아니라 뇌과학과 심리학에 기반을 둔 실제적인 조언을 기대할 만하지 않은가. 과연 책 제목은 요즘 시류에 맞춰, 실용 에세이 냄새가 풍기지만 들춰보면 왜 고민이 끊이지 않는지, 감정이 어떻게 고민을 방해하는지, 과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왜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
 
고민의 실체를 적절하게 비유한 대목이 있다. 고민은 일본의 ‘코이 잉어’ 같단다. 이 코이 잉어란 놈은 키우는 환경에 비례해 몸집이 커진다고 한다.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정도까지만 자라지만 연못에서는 25cm, 깊은 강에서는 120cm까지도 자란다나. 지은이는 고민이 꼭 이렇다고 일러준다. 마음먹기에 따라 어항 속 코이만 할 수도 있고, 깊은 강물 속 커다란 잉어만 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다. 고통과 불편을 구분하라는 조언이었다. 고통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고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신호지만 불편은 지속된다 해서 생존에 위협을 줄 일은 없으니 견뎌내면 되는 거란다. 예컨대 여름에 덥다고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해야 할지, 출퇴근 때 광역버스를 타는 것이 힘드니 차를 사야 할지 등은 ‘불편한 것’일 따름이니 애당초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민도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 우선순위를 따져 머리를 싸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씨름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싫은 것과 못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따져 고민의 무게를 줄이면 덜어내라 일러준다.


걱정거리와 거리 두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이 많거나 복잡하면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이 많거나 복잡하면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건 이 책의 핵심이라 할 ‘고민을 잘 풀기 위한 공식’ 22가지에 속한 것들이다. 그래도 그중 가장 맘에 든 것은 ‘거리 두기’이다. “아, 힘들고 우울해. 죽고 싶어”라 혼잣말을 하느니 “내가 지금 힘들어하는구나. 우울해서 답답해하는구나”하는 식으로 객관화하라고 귀띔한다.
 
지은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이 많거나 복잡하면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절실한 고민에 이런 조언이 얼마나 힘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책 한 권으로 세상의 고민을 모두 덜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한 구절, 한 챕터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게 책 읽기의 소득 아닐까. 그렇게 여긴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 소임을 쏠쏠히 하지 싶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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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필진

[김성희의 천일서화] 책생책사(冊生冊死). 책을 읽고 기자를 꿈꿨고, 출판팀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핵심은 ‘재미’였다. 공연히 무게 잡는 책은 싫기도 하고 읽어낼 깜냥도 못 되었으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책’ 이야기 또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쓰려 한다.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듯한 아라비안나이트식 책 이야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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