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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치과 추천해요" …가짜 맘카페 후기 어떻게 만들어지나 했더니

중앙일보 2019.02.25 12:00
[중앙포토]

[중앙포토]

“유치원 추천 좀 해주세요~ 한글이나 수학 방과 후 수업하는 곳 있을까요?”

“시어머니 임플란트 알아보려는데, 근처에 진료 잘하는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요즘 신랑이 허약해졌는지 매일 축 처져 있는 것 같아요. 진맥 잘하는 한의원 있나요?”

 
지역을 기반으로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다. 댓글 작성자는 “제가 여기서 일해봐서 안다”고 단서를 붙인 뒤 “ㅇㅇ치과 원장님이 △△ 대학 나와서 수술 전문이다” 등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자세한 정보를 알린다. 전국 180여개 지역 맘카페를 대상으로 허위 광고를 전문적으로 게시한 업체의 전 직원은 “일반인들은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답변이 자세할수록 효과적인 시나리오 작성”

업체가 보낸 광고 시나리오(위)와 실제 맘카페에 게시된 광고. [사진 성동경찰서]

업체가 보낸 광고 시나리오(위)와 실제 맘카페에 게시된 광고. [사진 성동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허위 광고를 게시한 이들은 광고주와 6개월에 180만원부터 24개월 480만원까지 기간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광고주 업체의 장점은 무엇인지,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단점은 무엇인지 등 자세한 설문지를 광고주로부터 받아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만든 후 광고주에 확인을 받았다. 컨펌을 받은 시나리오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실제 맘카페에 올라갔다. 시나리오에는 댓글까지 포함됐다. 스스로 묻고 허위 댓글을 다는 형식이었다.  
 
이들은 전국 맘카페를 회원 수, 일일 방문자 수, 게시된 새 글 수 등을 기준으로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눠 관리했다. 가장 회원 수가 많은 곳은 300만명에 달했다. 업체들은 댓글뿐 아니라 쪽지를 보내오는 맘카페 회원에게도 광고 글을 보냈다. 해당 업체에 관한 비방글은 삭제했다. 실제로 한 유치원의 경우 3개월 동안 6명, 다른 곳은 5개월 동안 13명의 원생이 늘어났다.  
 
“마케팅 회사라더니 후기 조작”
현재도 한 맘카페에 게시된 치과 광고 글. [사진 카페 화면 캡처]

현재도 한 맘카페에 게시된 치과 광고 글. [사진 카페 화면 캡처]

입건된 업체에서 근무했던 A씨는 “처음에는 마케팅 회사라고 해서 입사했는데, 일하다 보니 안 좋은 방향이라는 걸 알았다”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라고 생각해 경찰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소비자가 된 것처럼 조작하는 게 중요했다”며 “매일 글을 올리면 광고라고 느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등 일상 글을 올리며 진짜 엄마라고 느끼게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 있는 정보들이 광고인지 아닌지 걸러내기 힘들 것 같다”고 추측했다.
 
병‧의원만 처벌 가능…“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광고주와 업체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 비방 글을 삭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진 성동경찰서]

광고주와 업체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 비방 글을 삭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진 성동경찰서]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포털계정 800여개를 구매해 전국 180여개 지역 맘카페에 2만6000여개의 허위 광고글을 게시한 3개 업체 대표 및 임직원 9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허위 광고를 의뢰한 의사 13명과 병원 직원 4명은 의료법 제89조 거짓 의료광고 금지를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병‧의원을 제외한 타 업체들은 처벌할 조항이 없어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성동서에 따르면 광고주 비율은 학원이 가장 높았고, 유치원, 병‧의원, 헬스클럽, 산후조리원 순이었다. 
 
성동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카페 이용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넷 카페 등에서 특정 업체를 광고하는 글에 대해 우호적인 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은 광고 목적으로 만든 게시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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