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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공익신고자 맞다"…권익위, 청와대 정면반박

중앙일보 2019.02.25 10:45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김태우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지난해 11월 13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연합뉴스]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김태우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지난해 11월 13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연합뉴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놓고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 청와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권익위가 김 전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자 청와대가 "아직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공익신고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다.   
 

靑 "김태우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것 아냐"
권익위 "법적으로 공익신고자 맞아" 반발
靑·권익위, 김태우 신분 놓고 다른 해석
법조계 "靑, 공익신고자 보호법 취지 모르나"

이런 청와대의 주장에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24일 중앙일보에 "김 전 수사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침해와 관련해 공익신고를 했고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신고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법적으로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밝혀 논란은 커지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의 신분을 놓고 박 위원장이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입장은 누가 공익신고를 하든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라며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8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8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가 아니라 공익 신고의 적용 대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권익위와 청와대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 내부에선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익위는 지난 1월 8일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330개 공공기관의 야당 성향 임원 조사를 시킨 사실이 정치적 성향 등 민감정보 처리를 제한하는 '개인정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신고한 내용을 공익신고라 판단했다. 
 
김 전 수사관은 조국 민정수석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와 직무유기' 혐의로 권익위에 부패신고도 해 부패신고자로 인정받았다. 법률상 직권남용 등은 공익침해 관련 법률에 포함되지 않아 부패신고법에 따라 처리됐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 284개의 법률과 관련한 공익 침해 행위를 신고할 경우,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이상 공익신고로 인정한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서 제약회사의 의약품 불법사례비(리베이트) 제공을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서 제약회사의 의약품 불법사례비(리베이트) 제공을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법률상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를 한 사람'을 뜻하니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라는 것이 권익위의 입장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익신고 행위를 폭넓게 인정해 사법부의 판단 전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라며 "공익신고자의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오히려 공익신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 내용이 실제 사실인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상태가 아니다"며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가 아니라 법상 공익신고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이 권익위에 신청한 대검찰청 징계 불이익 금지 요청을 권익위가 기각한 것도 "김 전 수사관이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는 중요한 근거"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태우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 아닌 공익신고의 법적 대상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김태우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 아닌 공익신고의 법적 대상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권익위가 김 전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경우 국민들의 그의 폭로를 모두 사실로 오해하실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불이익 금지 신청의 경우 당시 공익 신고와 대검찰청의 징계 간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기각한 것"이라며 김 전 수사관은 여전히 공익신고자라는 입장이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가 아닌 언론 인터뷰와 민간 건설업자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이유로 해임됐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인정에 대한 권익위의 유권 해석을 반박하는 것은 월권이란 목소리가 높다. 성영훈 전 권익위 위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때까지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익신고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사법인권팀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도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때 불이익을 받으면 된다"며 "그 전까진 형식적으로라도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이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도 "권익위의 주장에 법적 절차와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며 "청와대가 권익위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압력처럼 느껴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와대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김 전 수사관이 공익신고자를 폭넓게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치적 관점에서 청와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국 이 법을 통해 실제 공익신고자들이 보호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다 보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 신분을 얻었지만 당장 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해임 이후에 공익신고에 따른 별도의 불이익을 받지 않아 김 전 수사관은 구조금 지원이나 신변보호 조치 등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수사관의 고발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는 김 전 수사관이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대법원이 2014년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와 관련해 "KT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폭로한 이재관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판례도 김 전 수사관에겐 긍정적인 소식이다.
 
당시 대법원은 공익신고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며 "공익신고자의 신고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라 볼 수 없고 사후적인 결론이 아닌 당시 상황이 중요했다"는 권익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와 관련해 공익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될 경우 그 형의 감경과 면제를 명시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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