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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서 ‘삐~’…신장 기능이 떨어진 신호일 수 있어요

중앙일보 2019.02.25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43)
귀에서 가장 괴로운 증상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명 증상일 것이다. 특히 밤에 잠을 못 자게 되어 피로감까지 겹치고 불안 증상까지 생긴다. [사진 freepik]

귀에서 가장 괴로운 증상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명 증상일 것이다. 특히 밤에 잠을 못 자게 되어 피로감까지 겹치고 불안 증상까지 생긴다. [사진 freepik]

 
귀에서 가장 괴로운 증상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명 증상일 것이다.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계속 지속되다 보면 괴롭다 못해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밤에 자기 전 조용할 때 가장 심한 경우가 많아 잠을 못 자게 되면 피로감까지 겹치고, 초조·불안 증상까지 생기게 된다.
 
남들은 들리지도 않으니 나를 알아주지도 않고, 병원에서 검사해 봐야 원인을 찾을 수 없다 하니 답답함은 극에 달한다. 이번 편은 이명이라는 질환을 한의학에서 어떻게 치료하는지 동의보감의 외형편, 이(耳)문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


눈과 귀는 에너지를 쓰는 곳
“참 총명하시네요”라고 할 때 총명의 의미를 아시는지. 총은 귀가, 명은 눈이 각각 밝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은 보고 듣는 데서 오기 때문에 눈과 귀가 또렷하게 기능을 하면 두뇌 회전도 잘 된다는 뜻으로 쓰였다. 얼굴에서 입과 코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곳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건 입으로 음식을 먹고, 코로 숨을 쉬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반면 눈과 귀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이다.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작업은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는 일이다. 그래서 머리를 쓰면, 다시 말해 총명해지면 당이 떨어지고 피곤해지나 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직업은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는 일이다. 그래서 머리를 쓰면 당이 떨어지고 피곤해지나 보다. [사진 pakutaso]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직업은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는 일이다. 그래서 머리를 쓰면 당이 떨어지고 피곤해지나 보다. [사진 pakutaso]

 
이런 원리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은 먹고 숨 쉬는 것이 에너지로 바뀌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똑같이 먹는데, 아니 오히려 더 많이 먹는데도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도 노화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집필할 때에는 먹지 못해 생기는 질환도 꽤 많았다. 그래서 잘 못 먹어 생기는 이명 증상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했다. 요즘도 채식을 너무 안 해 영양소 불균형이 있는 분이 꽤 되지만 절대적인 영양부족으로 인한 경우는 극히 없다.
 
귀로 가는 기운이 모자라서 생기는 것이 이명이라 한다면 (동의보감 안에는 꽤 많은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원인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물질은 공급되는데 대사가 안 돼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 때, 지나치게 기운이 솟구쳐 제어가 안 되는 경우, 몸 전체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경우 등이다.
 
먹고 숨 쉬는 것이 잘 되는데도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로 바뀌지 못한다. 위장에서 음식을 담은 후 온갖 소화효소와 버무리고 이어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비위작용으로 부른다. 즉, 소화기의 흡수능력이 떨어지면 기운이 생기지 못해서 눈과 귀가 밝아지지 못한다. 현대에서는 면역력 저하로 분류해 볼 수 있겠다.
 
지나친 음주는 술에 의해 열기가 위로 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 역시 기운이 위로 치솟아 눈과 귀가 더 빨리 망가지게 된다. [중앙포토]

지나친 음주는 술에 의해 열기가 위로 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 역시 기운이 위로 치솟아 눈과 귀가 더 빨리 망가지게 된다. [중앙포토]

 
두 번째는 기운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 치솟는 경우다. 보통 두 가지의 원인이 있다. 하나는 지나친 음주다. 술에 의해 열기가 위로 떠서 문제가 생긴다. 또 하나는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이다. 화를 자꾸 내다보면 기운이 위로 치솟는다. 편안하게 공급되던 기운이 요동을 치며 주변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술도 자주 마시며 화를 자꾸 내는 사람은 눈과 귀가 더 빨리 망가질 것이다.
 
이명의 마지막 원인으로 몸 전체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생긴 경우다. 한의학에서 이명을 치료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 경우다. 신허이명, 즉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을 이야기한다.
 
양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신장 위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부신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이 나온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대게 기운을 막 솟구치게 하는 것이 많다. 피곤함을 느낀다는 것은 부신피질 호르몬이 모자란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피로가 오래 쌓여, 부신피질호르몬 기능저하증이 오래되다 귀 쪽으로 증상이 생기면 이명이 되는 원리다. 양방검사기관에서 혈액검사나, MRI로 귀를 들여다봐도 원인을 알아내기 힘들다. 
 
한의학에서는 부신피질 호르몬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지나친 성생활을 들기도 한다. 잠자리를 한 번 가지기만 해도 어지럽거나 식은땀을 흘리거나 피곤해지는 경우는 체력보충을 많이 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해석도 한의학만의 독특한 설명에 속한다.
 
지나친 성생활, 부신피질호르몬 기능 저하 가져와
간혹 경추(목뼈) 이상이나 턱관절의 문제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추나 치료를 권하는 편이다. [중앙포토]

간혹 경추(목뼈) 이상이나 턱관절의 문제로 이명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추나 치료를 권하는 편이다. [중앙포토]

 
이명 증상으로 내원하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진맥한 후 파악하게 된다. 비위 기능에 문제가 생겨 기운이 허해지면 한의학 용어로 풍이 침범했다고 표현한다. 이때의 풍은 중풍처럼 강력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풍이다. 
 
신경계 이상을 예전에는 풍으로 불렀다. 풍의 기운이 귀 쪽으로 갈 때 쓰는 처방 중 하나가 ‘궁지산’이다. 소화기를 돌봐주는 창출·진피·소엽 같은 약을 포함해, 뇌와 얼굴 쪽 신경계 질환에 쓰는 석창포·반하·목통 등 10가지가 넘는 약재가 있다. 화를 자꾸 내거나 술을 지나치게 마셔 한방에서 담화라고 하는 기운이 솟구쳐 귀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용회환’, ‘통명이기탕’ 등을 처방한다. 
 
이런 처방에는 특히 간의 기운을 다스려주는 용담초·시호·남성 같은 약재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열을 내려주는 황련·황금·현삼 등을 쓴다. 한의학에서는 화·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장기가 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성피로, 신장기운저하로 생기는 이명에는 ‘보시환’, ‘자신통이탕’ 등을 처방한다. 부신 기능을 좋게 해 주는 숙지황·토사자·황기 같은 보약재나 지모·황백처럼 부신 기능을 안정시켜주는 약재 위주로 처방한다.
 
이명 질환은 굉장히 치료가 힘든 질환 중에 하나다. 위에서 몇 가지 치료 방법을 소개했지만. 아주 복잡한 여러 변수가 있다. 막 먹고, 화내고, 피곤하게 지내면서 치료하자면 점점 요원해진다. 간혹 경추(목뼈) 이상이나 턱관절의 문제로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갈수록 이런 분이 늘어나는 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자세 탓이 아닐까 생각도 들 정도다.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 않던 이명이 경추를 교정하고, 턱관절을 바로 잡는 순간 나아지기도 한다.
 
며칠 전 이명으로 온 환자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 이명 치료를 오래 했지만 낫지 않는다고 해 진단을 하던 중 턱관절에 문제가 있어 그 부분을 잡아 줬더니 그 날 바로 50% 이상이 나아졌다고 했다. 한 달 전 어떤 분은 경추에 추나와 함께 내장기추나(오장육부를 손으로 추나 해 주는 것) 치료를 했더니 며칠 만에 70% 정도가 나아졌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요즘은 이명 환자를 치료할 때 경추와 턱관절이 안 좋으면 추나 치료를 권하는 편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먹먹하거나 소리가 들리는 것이 대표적인 노화 증상 중 하나다. 이런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참 괴로울 것이다. 총명함을 오래 가지려면 40 이후에는 한의학과 친해지고 몸 관리를 하면서 지내야겠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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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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