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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부메랑 英 정치권 타격…EU "2021까지 연기될 수도"

중앙일보 2019.02.25 06:04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수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번 주로 예고했던 하원 표결을 또 연기했다. EU 측과의 협의에 진전이 없어 부결될 것을 우려해서다. 영국 의회가 합의안에 타협하지 못하자 EU 고위 관계자들은 브렉시트가 2021년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가디언이 EU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메이 협상 더디자 "이번주 표결 못해" 또 연기
장관 3명 "노 딜보다 브렉시트 연기 찬성" 반기
보수당 3명, 노동당 8명 탈당해 독립그룹 신설
폐쇄 앞둔 혼다 노동자 "의원들 해고 못시켜 억울"

 
 자신들이 초래한 브렉시트의 부메랑에 영국 정치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제안했다가 국민투표에서 통과돼버리자 이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자중지란에 빠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0일 브뤼셀에서 만났다. 브렉시트 수정안 논의에 진척이 없어 '반창고 얘기만 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0일 브뤼셀에서 만났다. 브렉시트 수정안 논의에 진척이 없어 '반창고 얘기만 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EPA=연합뉴스]

 메이 총리가 EU와 합의해온 안이 의회에서 역대 최대 표차로 부결된 것은 보수당 내 이탈표 때문이다.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엄격한 국경의 부활을 막기 위해 영국을 EU의 관세 동맹에 ‘안전장치’ 조항을 바꾸라고 요구 중이다. 영국이 원할 때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지만 EU는 들어줄 생각이 없다.
 
 
 메이 총리는 24~25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리는 EU-아랍연맹 정상회의에까지 쫓아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이집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브렉시트 시한인 3월 29일을 코앞에 둔 3월 12일까지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독립 그룹을 결성했다. 브렉시트 혼란은 양당 구도가 정착한 영국 의회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수당과 노동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독립 그룹을 결성했다. 브렉시트 혼란은 양당 구도가 정착한 영국 의회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메이 총리가 시간 벌기를 하고 있지만 양측의 협상에서 강경파를 만족하게 할 만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내각에서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과 앰버 루드 고용연금부 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 장관 등 세 명이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브렉시트 연기 방안을 지지하겠다고 신문 기고에서 밝힌 것이다. 연기는 없다는 메이 총리에게 공개 반기를 든 셈이다.
 
 
 이들은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가 합의안 지지를 계속 거부하더라도 아무런 협정 없이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보다는 EU 탈퇴 시점을 연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영국 내각 일부는 메이 총리가 지방선거 직후인 5월에는 물러나 브렉시트 이후 절차를 새 리더에게 넘겨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수당 내분이 내각 분열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EU 주요 회원국들은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U 주요 회원국들은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렉시트 혼란상은 영국 의회의 거대 양당 구도까지 흔들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노동당에서 9명, 보수당에서 3명 등 모두 12명이 탈당했다. 노동당은 당내 반유대주의 문화가 발단이긴 했지만 제러미 코빈 대표가 EU 잔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탈당 의원 중 노동당 의원 8명과 보수당 3명은 정치연합체 ‘독립 그룹'을 결성했다. 메이 총리가 노 딜을 용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할 경우 보수당 내 온건파의 집단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영국 정치권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혼다자동차는 2021년 영국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1월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춘 1.2%로 전망했다.
 
혼다자동차는 영국 공장을 2021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혼다자동차는 영국 공장을 2021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불확실성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하자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폐쇄를 앞둔 혼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롭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라고 의원들에게 돈을 지불하는데, 우리가 직장을 잃을 것처럼 그들을 해고할 수 없다는 게 수치스럽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EU가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2027년까지 EU로 관세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노 딜 브렉시트 위험까지 안고 있는 영국에 생산 기지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롭은 “자동차 업체에 브렉시트를 견딜 전략을 전해줘야 할 정부가 안에서 서로 싸우는 데 집중해 왔다"며 “다음은 닛산이 될지 BMW가 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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