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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사이언스] 4대강 보 해체 발표가 헛헛한 까닭은

중앙일보 2019.02.25 00:28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위도·경도·고도가 좌우하는 기후, 토양의 특성, 거기에 깃들어 사는 동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강을 빚어낸다. 역사를 통해 사람도 댐과 제방을 지어 강을 바꿔왔다. 동식물에게 강은 생존 공간이고, 사람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시작했다. 댐과 보를 쌓고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자연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강을 인간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홍수·가뭄을 줄이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게 목표였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운영했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조차 그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세종보·죽산보·공주보는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자는 제안이었다. 농민들은 반발하고, 시민들은 반문했다. 돈 들여 건설한 보를 해체해야 하느냐고. 4대강 사업으로 달라진 강변에는 겨울철 따뜻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를 데우는 수막 재배 농민이, 보 공도교를 통행하는 주민들이 생겼다.
 
사실 복원 때문에 주민이 힘들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15년 전 서울 청계천 복원 때 주변 상인과 노점상이 어려움을 겪었다. 4대강 공사 때는 한강 두물머리 유기농 농민들, 금강 하천부지에서 하우스 수박을 재배하던 농민도 터전을 잃었다. 지난 50여 년 동안 개발로 인한 갈등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댐·공단·주택단지 개발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미흡한 보상금이지만 살기 좋은 나라, 더 잘 사는 내일을 꿈꾸며 희생했다. 어떤 정책이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그 희생과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비전과 희망이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물 관리 일원화는 했지만, 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4대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철학과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보 하나하나의 경제성과 수질 변화를 복잡한 숫자로, 그것도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수치로만 제시했을 뿐이다. 강은 수천 년, 수만 년을 흐른다. 강을 흐르게 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제대로 살리려면 단순히 전 정권의 모습을 지우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4대강에 대한, 국토 전반에 대한 커다란 밑그림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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