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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수구회귀’ 아니라 ‘건전한 보수’만이 살 길이다

중앙일보 2019.02.25 00:14 종합 30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집권경험이 있는 제1야당으로선,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참패를 경험했다.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다가 ‘폭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한국당이 제자리에 서 있는 것도 버거운지 오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히려 뒤로 가고 있다. ‘5·18 망언’이나 ‘태블릿PC 조작’, ‘탄핵부정’ 발언같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동’(反動)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 수구 회귀 움직임의 정점에 황교안 후보가 있다. 황 후보가 "태블릿PC는 조작 가능성이 있다”, "탄핵 결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 것은 그 자체로서도 잘못이지만 세 가지 본질적 측면에서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첫째, 태블릿PC 조작설은 이미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수사, 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등에서 과학적 입증이 끝난 사안이다. 태극기 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가짜뉴스’를 황 후보는 TV토론에서 동조·유포했다. 정치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가짜뉴스의 유포가 고의인지 실수인지 여부다. 황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법무부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보고받았을 것이다. 만약 황 후보가 태블릿PC 조작설이 허위임을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거짓말은 정치지도자로선 가장 치명적인 결격사유 중 하나다. 백번 양보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한 말이라면,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셋째,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가기관과 제도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의 정당한 표결 절차, 헌법재판소의 심리 및 결정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그는 밑도 끝도 없이 탄핵을 부정하면서 국회와 헌법재판소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런 위험한 발언이 ‘태극기 세력’을 의식해 득표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다시 한번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태극기 세력은 목소리는 클지 몰라도 선거인단 37만 8000여명의 2%(8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도 황 후보를 포함해 일부 전대 출마자들은 착시현상에 빠져 역주행 하고 있다. 뉴라이트 출신 신지호 전 의원은 5·18 망언에서부터 탄핵부정에 이르는 ‘태극기 세력과의 동조화’ 움직임을 “보수가 아닌 반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 조차 “수구 반동적 집단 속에 김영삼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다는 자체가 빙탄지간(氷炭之間)”이라며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전당대회라는 빅 이벤트를 치르는 와중에 컨벤션 효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의 수구화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경고라는 말 외에 달리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수구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는 것 만이 한국당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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