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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 짊어지고 살지 않길 바란다 말해”

중앙일보 2019.02.25 00:05 종합 3면 지면보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현지시간) 고려항공 수송기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북한 경호원 100여 명이 비행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근접경호팀인 이들은 공항 VIP 게이트로 빠져나가 김 위원장의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 호텔로 이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현지시간) 고려항공 수송기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북한 경호원 100여 명이 비행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근접경호팀인 이들은 공항 VIP 게이트로 빠져나가 김 위원장의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 호텔로 이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노이 핵 담판을 코앞에 두고 미국 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장밋빛 전망 가능성을 내보냈다. 24일 하노이에서 북·미 실무협상 중간 숙소인 뒤파크 호텔에서 마주친 미국 측 협상단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함께 지난 6~8일 방북했던 케빈 김 국무부 선임고문 등은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는가”라는 중앙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답은 하지 않았지만 밝은 미소를 지었다.
 

폼페이오 “예상 못한 비핵화 가능”
비건, 북·미 실무협상 뒤 엄지 척

미 낙관론, 북한 향한 압박일 수도
김정은 보따리에 회담 성패 달려

21~23일까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는 직접 비건 대표의 숙소인 뒤파크 호텔로 찾아와 수시간 동안 협상을 벌이고 돌아갔다. 24일에도 오후 들어 김혁철 대표가 뒤파크 호텔로 비건 대표를 찾아온 뒤 약 2시간30분 후인 오후 5시쯤(현지시간) 떠났다. 앞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등 실무진 10여 명은 밴 차량을 타고 따로 호텔을 빠져나갔다. 후커 일행은 약 1시간 뒤 복귀했다. 비건 대표는 오전 한때 성당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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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대표는 김혁철 대표와의 실무협상 사흘째인 지난 23일 오후엔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김혁철 대표와 만난 직후다. 실무협상에서 진전의 실마리를 찾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1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야기를 꺼내며 “아무도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비핵화 회의론을 제기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앤드루 김. [연합뉴스]

앤드루 김.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22일(현지시간) 방문교수로 재직 중인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해 기대치를 높였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내 아이들이 핵을 짊어지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고 알렸다. 전직이라도 CIA 핵심 당국자가 이 같은 공개 강연을 갖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미국이 전·현직을 동원해 ‘하노이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이 긍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음에도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성과가 도출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미국 측의 밝은 표정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향해 비핵화 행동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미국 측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4일 “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양측 간 줄다리기는 아직 팽팽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이 톱다운으로 진행하고 있는 협상이 이번에 성과가 없다면 양측 모두 리더십에 타격을 받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한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북핵 문제 해결을 못 하면 재선 레이스에 부담이 되고, 김 위원장도 이번에 비핵화를 통해 경제 성과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장기집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다. 열차로 중국을 남하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지가 회담 성패의 관건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목표도 뚜렷하고 경제 발전이 목표이기 때문에 하노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전수진·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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