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수 원로들 “미래 아닌 과거 매달리는 전대 실망”

중앙일보 2019.02.25 00:05 종합 5면 지면보기
[긴급점검] 한국당의 퇴행 
자유한국당 대표에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오른쪽부터·기호순) 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3일 모바일 투표, 24일 시·군·구 현장 사전투표, 25~26일 일반 국민 여론조사, 27일 대의원 현장투표를 합산해 순위가 결정된다. [국회사진기자단]

자유한국당 대표에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오른쪽부터·기호순) 후보가 2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3일 모바일 투표, 24일 시·군·구 현장 사전투표, 25~26일 일반 국민 여론조사, 27일 대의원 현장투표를 합산해 순위가 결정된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의 ‘태블릿PC 조작’ 발언이 불러올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국당과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탄핵 후유중 치유 중 찬물 끼얹어”
황교안, 애매한 태도에 설화 반복
“지도자감 맞는지 의심스러워”
전대 사전투표율 24.6% 그쳐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당대회가) 과거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하는 전당대회가 돼야 했는데 과거 이슈로 (진행)되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황 전 총리의 발언이 ‘필요 없는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3선인 여상규 의원은 “법원 판결까지 난 마당에 의미 없는 이야기를 했다”며 “법조인 출신이면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박성중 의원도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황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번 발언 때문에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복당파 출신의 한 의원은 “여당의 실정과 김병준 비대위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간신히 탄핵 후유증이 치유돼 가는 참이었는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황 후보가 대표가 되더라도 앞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태블릿PC 입장에 대한 요구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답해 ‘준비된 리더십’이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19일 3차 TV토론에선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돈 한 푼 받은 것도 인정되지 않았는데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라고 말했지만, 이튿날 4차 TV토론에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탄핵에 대한 입장을 O·X로 묻자 “‘세모’로 답하려 했는데 선택지가 없었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태블릿PC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21일 5차 TV토론)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태블릿PC 조작 근거에 대해) 지난번 말씀드렸다. 이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23일 6차 TV토론)고 얼버무렸다.
 
PK(부산·경남)의 한 의원은 “‘탄핵 세모’ ‘태블릿PC 조작’ 같은 발언은 판단력이나 가치관에 대해 허점을 보인 셈”이라며 “전당대회를 넘어 대선까지 바라보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 정도는 확실히 정하고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수 원로 그룹에서도 “몇 차례 설화에 휩쓸리는 것을 보면서 과연 황 전 총리가 지도자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이원종 전 수석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왜 철 지난 ‘태블릿PC’ 논란을 쟁점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수석은 “전당대회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 비전을 갖고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해야 하는데 태블릿PC 같은 이야기로 쟁점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황 전 총리가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자유한국당이) 제1 야당인 것은 맞지만 지금 무슨 보수당이냐”며 “(지금 상황에 대해) 보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입을 닫았다.
 
황 후보가 중도층 확장에 실패하면서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내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4일 당 선관위가 발표한 2·27 전당대회 사전투표율(모바일+현장 투표)은 24.58%로 2017년 7·3 전당대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 235개 투표소에서 열린 현장 투표는 5.88%(1만2399명 참여), 전날 치러진 모바일 투표는 20.57%(7만3515명 참여)의 투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2017년 7·3 전당대회 현장 투표율 7.04%(1만2399명)와 모바일 투표율 20.89%(4만2873명)를 밑도는 수치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