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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은경 감찰자료 받으러 갔더니 직원이 블랙리스트 건넸다”

중앙일보 2019.02.25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김태우. [뉴스1]

김태우. [뉴스1]

환경부가 작성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환경부 블랙리스트’)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환경부가 스스로 건넸다고 김 전 수사관이 밝혔다.  
 

김 “산하기관 별일 없냐 툭 던지니
감사관실 기다렸다는 듯 줘 놀라”

그는 환경부로부터 지난해 1월 18일 해당 문건을 건네받았다며 중앙일보에 입수 배경을 설명했다.
 
“전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감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에 장관 감찰과 관련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 둔 게 있었어요. 그걸 받으러 갔던 건데 제가 ‘산하기관은 별일 없느냐’고 툭 던졌더니 감사관실 직원이 바로 ‘사퇴 동향’ 문건을 가져다줬습니다.”
 
당시 환경부 직원이 건넨 문건은 A4 용지 4장 분량으로 각각 1번, 2번, 3번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김 전 수사관은 “필요했던 건 1번뿐이었다”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건을 줘 놀랐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의 2번 항목은 환경부 출신 퇴직 공무원의 지방선거 출마 예정 상황을 담았고, 3번 항목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제목이 달린,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한 바로 그 문서였다.
 
해당 문건엔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현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또 일부 임원에 대해선 ‘반발’ 등의 반응까지 담겨 있어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졌다. 파장이 커지자 환경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오락가락하는 해명이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28일 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이틀 뒤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며 발 빠른 대응을 예고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환경부 차관실과 감사관실, 운영지원과 등과 한국환경공단 등을 압수수색해 전(前) 정부 임명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은경 전 장관의 개입 여부가 의혹의 쟁점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환경부는 줄곧 “장·차관까지 보고되진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최근 검찰은 ‘표적 감사’ 관련 문건들이 김 전 장관을 넘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환경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의 작성과 실행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김 전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환경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김 전 장관을 출국 금지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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