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장 “기초연금과 별개 사업”
정부는 국고보조금 삭감 검토
지자체가 공로수당과 같은 새로운 복지 제도를 만들려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 부터 해야 한다. 유사하거나 중복된 복지제도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복지부는 지난달 중구가 협의 요청한 공로수당에 대해 “기초연금과 유사·중복된다”며 재협의를 통보했다. 사실상 반대 의견이다. 기초연금과 겹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 재협의를 하거나, 제도를 포기해야 하지만 중구는 무작정 강행 카드를 선택했다.
복지부와 협의 없이 공로수당을 지급한 것에 대해 중구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공로수당은 오늘날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어르신 세대에 대한 사회발전기여금”이라면서 “기초연금과 대상과 기준, 취지와 수단이 전혀 다른 별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장정송 중구 노인복지팀장도 “지자체가 복지제도를 신설할 때 복지부가 ‘협의’하라는 것이지 ‘승인’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구의 독자 행보에 복지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구는 지난 22일 사회보장위원회를 방문해 재협의 요청서를 제출하고 “협의를 계속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놓고 이틀 뒤 기습적으로 수당 지급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김서중 복지부 사보위 사무국장은 “중구 측이 재협의를 하자고 요청해와 협의를 하는 중인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협의가 완료된 다음에 지급해달라고 얘기해왔는데 당혹스럽다”면서 “인근 지자체에 ‘우리는 왜 안 주느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구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국고보조금 가운데 10%를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법 시행령은 기초연금과 비슷한 수당은 신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당시 지자체의 각종 노인 대상 수당을 하나로 합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국고 보조금을 삭감 할 수 있다. 중구는 지난해 기초연금 국고보조금을 216억원 받았다. 만약 공로수당을 강행하면 21억6000만원을 덜 받게 된다. 정부와 협의를 불복한 지자체에 대한 첫 제재 사례가 된다.
박형수·이에스더 기자 hspark97@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