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 내는 독서모임…회원 4600명 ‘빅 비즈니스’ 키운 청년

중앙일보 2019.02.25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트레바리 아지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트레바리 아지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가입부터 활동 조건까지 절대 만만치 않은 클럽(독서 모임)이 있다. ‘회비 19만원~29만원(4개월)을 사전에 납부, 같이 읽을 책은 자비로 구입해 미리 읽고 올 것, 독후감(400자 이상)도 미리 제출해야 오프라인 모임 참석 가능, 회당 4시간 이상 열리는 토론에 참석할 것.’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50억 유치
다음 입사 1년 만에 나와 창업
대학 때 했던 독서모임서 착안
3년 반만에 300개 클럽 만들어
“10년 돼도 안 변할 사업이 진짜”

비싼 돈 내고, 독후감도 쓰고, 오프라인 모임에 시간까지 투자해야 하는 이 독서 모임은 수도권에 사는 2040세대들 사이에 금방 입소문이 났다. 2015년 회원 40명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시작 3년 반 만에 유료 회원 4600명, 독서모임이 300개로 불어났다. 독서 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트레바리’ 얘기다.
 
트레바리는 지난 12일 소프트뱅크벤처스,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유료 독서모임’이란 이색적인 사업 모델로 거금을 유치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투자를 단행한 박지웅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트레바리는 이미 수천 명이 돈을 지불해가며 누군가를 만나고 관심사를 교류하려는 욕망을 해결하고 있다”며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사이트가 지금의 페이스북으로 큰 가능성을 트레바리에서도 엿보았다”고 말했다.
 
트레바리를 창업한 윤수영(31)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4년 포털 ‘다음’의 마지막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마지막 신입사원이 된 것은 그가 입사한 해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만난 윤 대표는 “입사 1년 만에 회사를 나와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PC 시절 한가락 하던 ‘다음’도 모바일에는 적응을 못 했다. 10년, 20년 뒤 또 다른 바람이 불면 나도 회사의 저 아저씨들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싶었다.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과 적응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

사업아이템은 대학 때 꾸렸던 독서 모임이었다. 당시 중학교 동창들과 만들었던 독서모임은 커지고 커져서 수백명이 거쳐 간 매머드급 모임이 됐다. “돈도 벌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독서 모임 하나씩을 하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겠나.” 윤 대표는 “옛날에는 종교·학교 등이 지적인 성장과 공동체적 연대를 모두 가능하게 했지만 21세기에는 이 같은 연결고리가 너무 약해졌다”며 “지적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공유, 교류하고 싶은 욕구는 10년, 100년 뒤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빅 비즈니스’는 “10년 뒤에 뜨는 사업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업”이다.
 
독서 클럽 한 곳에는 평균 15~20명의 회원이 가입하는데 테마와 주제는 모두 다르다. 마케팅·문학·젠더 등 넓은 주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강원국 등 특정 작가를 주제로 삼은 곳도 있다. 젠더 주제는 한때 비인기 테마였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2030 젊은 세대들이 많이 오지만, 4050 중장년층 회원도 많다고 한다.
 
트레바리 클럽 중에는 김상헌 전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등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이끄는 곳들도 많다. 독서 모임이 열리는 아지트는 압구정 한 곳에서 안국, 성수까지 세 군데로 늘어났다. 이번에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 안에 강남역 인근에 기존 세 곳을 합친 곳보다 더 큰 규모의 아지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없으니 경쟁자도 없는 것일까. 윤 대표는 “누군가 ‘주말에 트레바리 갈까, 넷플릭스 볼까’를 고민한다면 우리의 경쟁자는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후 8달 동안 혼자 일했던 회사는 이제 20명이 일하는 회사로 커졌다. 그는 “모든 직원에게 연봉 5000만원은 줄 수 있는 사업 규모와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료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는
●  2015년 9월 윤수영 대표가 설립
●  회원수 40명, 독서모임(클럽) 4개로 시작
●  취향·관심사에 맞는 클럽 선택해 4개월간 활동하는 시스템
●  이틀 전까지 독후감 제출해야 오프라인 모임 참석 가능
●  4개월간 활동 회비 19만~29만원
●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이 클럽장으로 활동중
●  독서모임 300개, 회원 4600명으로 성장(2019년 2월 현재)
●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 투자받아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