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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사라지는 학교 400개 …일본 시골은 리모델링 중

중앙일보 2019.02.24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1)
인구감소는 경제활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농어촌이 사라지는 것은 현대인의 정체성도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전원과 고향은 폐허로 바뀌고 있다.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장소는 없어지고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인구감소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일본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진 폐허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폐허를 조사한 흥미로운 웹사이트 ‘폐허탐색지도’가 생길 만큼 폐허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폐허란 건물과 시설, 철도, 취락이 방치돼 황폐된 상태를 말한다. 이 사이트는 폐허 지역을 방문하기 쉽게 전국행정구역과 폐허의 종류별(단지, 주택, 별장, 호텔, 공장, 온천 등 32종류)로 검색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폐허지역 중 교도소와 동물원도 있다.
 
폐허가 된 추억 속 장소를 찾아주는 일본의 '폐허탐색지도' 웹사이트(위). 기타노마타는 영화 '낚시광 산페이'의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폐허탐색지도 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기타노마타 홈페이지]

폐허가 된 추억 속 장소를 찾아주는 일본의 '폐허탐색지도' 웹사이트(위). 기타노마타는 영화 '낚시광 산페이'의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폐허탐색지도 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기타노마타 홈페이지]

 
인구감소가 심한 아키타 현엔 99개 폐허지가 있다. 오사리자와 광산 등 13개 광산이 남아 있고, 취락 지역은 기타노마타(北丿又) 등 5개다. 불과 5채만 남은 기타노마타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해 있다. 2009년 영화의 무대가 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폐촌은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방치된 경작지도 계속 늘어나면서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 야생동물의 출몰로 인해 주민은 농작물의 피해를 보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쇼핑은 물론 병원 가기도 어렵다.
 
저출산으로 매년 400~600개교 폐교
폐촌의 증가와 함께 폐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으로 취학 학생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약 400~600개교가 다른 학교와 통합 등으로 폐교되고 있다. 일본의 공립 초중학교는 1989년 2만4608개교(아동수 950만명)에서 2016년 2만11개교(아동수 637만명)로 줄었다. 1957년 2만6755개교에 달했던 공립 초등학교가 약 25%나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공립 중학교는 1만578개교(학생 수 539만명)에서 9555개교(학생 수 313만명)로 줄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폐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소년 인구(1~14세)는 2010년 1684만명에서 2030년 1073만명으로 약 3분의 2, 2060년에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폐교시설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 6811개교의 공립 초중고교가 폐교됐다. 폐교된 학교는 초등학교 4489개교, 중학교 1307개교, 고등학교 1015개교다. 2015년만 해도 폐교된 공립학교는 무려 520개교에 달했다. 폐교 중에 초등학교가 70%(368개교)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공립 초중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홋카이도는 인구가 매우 감소하면서 매년 50개교가 폐교되고 있다. 홋카이도는 이전에 이주자들이 개척한 지역이었지만 이제 시계 침은 반대로 움직여 개척된 경작지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 공립학교의 폐교발생 추이. [자료 문부과학성, 폐교시설 활용현황 실태조사 결과. 제작 조혜미]

일본 공립학교의 폐교발생 추이. [자료 문부과학성, 폐교시설 활용현황 실태조사 결과. 제작 조혜미]

 
그럼, 이렇게 늘어나는 폐교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폐교된 공립 초중고교 6811개교 중 5943개교는 시설이 남아 있다. 그중 4198개교는 어떤 형태로든 활용되고 있지만 1745개교는 방치돼 있다. 3299개교는 학교, 사회체육시설, 사회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교육 관련 시설로 쓰이고 있다. 426개교는 복지·의료시설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노인복지시설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자녀의 학교가 늘어나는 고령자의 간호시설로 대체되고 있다.
 
폐교 활용현황. [자료 문부과학성, 폐교시설 활용현황 실태조사 결과. 제작 조혜미]

폐교 활용현황. [자료 문부과학성, 폐교시설 활용현황 실태조사 결과. 제작 조혜미]

 
폐교, 젊은 세대의 유출로 지역 붕괴 이어질 수도
학교는 단순한 교육장소가 아니다. 자녀가 있는 지역 주민이 모이고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작업을 하는 필수 장소이다. 폐교는 지역사회가 거점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폐교가 발생하면 그 지역은 활력을 잃고, 젊은 세대의 유출이 촉진되면서 지역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폐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리모델링한 폐교에 적용하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지역사회는 거점을 잃게 된다. 이에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폐교를 리모델링 하는 등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2015년 도시 농산촌 교류 활성화 기구가 선정한 정주 촉진지역인 카고후루사토쥬크. [사진 일본삼림기술협회 홈페이지]

학교가 문을 닫으면 지역사회는 거점을 잃게 된다. 이에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폐교를 리모델링 하는 등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2015년 도시 농산촌 교류 활성화 기구가 선정한 정주 촉진지역인 카고후루사토쥬크. [사진 일본삼림기술협회 홈페이지]

 
예를 들어 도쿠시마 현의 가미카쓰쵸(上勝町) 영복합주택은 2013년 문부과학성이 선정한 ‘폐교 리뉴얼 50선’에 선정된 정주 촉진시설이다.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사무실과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카고후루사토쥬크(籠ふるさと塾)는 2015년 도시·농산촌 교류 활성화 기구가 선정한 정주 촉진지역이다.
 
농산촌 생활을 체험하고 농림업을 실습하기 위한 교육 거점인 셈이다. 5일간의 정주형 프로그램과 2박 3일의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주도 지원하고 있다. 아야베(綾部)시의 사토야마 교류연수센터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도시·농촌교류사업의 목적으로 농가민박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이러한 폐교의 활용을 촉진하는 ‘모든 폐교’ 프로젝트와 가동하고 있다. 전국의 폐교 정보를 수집하고 지방 공공단체에 제휴를 희망하는 사업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폐교시설 리모델링에 따른 수리 비용도 보조해 준다. 문부과학성은 스포츠진흥복권사업의 수익을 기반으로 지역 스포츠시설정비보조금 등 3개의 보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림수산성의 ‘농어촌 활성화 프로젝트 지원금’, 총무성의 ‘과소지역 등 자립활성화추진 교부금’ 등이 있다. 농어촌 활성화 프로젝트는 도시와 농촌의 교류촉진을 위해 자연체험학습· 농림체험학습 등 체재형 활동시설로 전용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다. 폐교와 학교 통합은 지역사회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지역주민은 폐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모교에 대한 애착이 크고, 폐교되면 지역의 활력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폐교 문제에 대해 자녀, 부모, 교사, 지역주민, 행정기관 사이에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폐교의 활용을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주민과 지자체가 일체감을 발휘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 학교를 존속할지, 또는 통합할지 장기적인 교육 계획을 세워 배움의 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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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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